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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칼럼]대통령? 누구를 뽑아야 하나

입력 | 2007-11-14 22:31:00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를 뽑지?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말을 죄 듣다 보면 대통령이 될 만한 위인은 하나도 없다. 어쩌면 그게 진실일지 모른다. 반드시 이번에 출마한 분들을 얕잡아 봐서 하는 말은 아니다. 과거의 대통령 선거 때도 매일반이었다.

대통령으로 태어난 사람이란 없다. 이전투구의 싸움 끝에 당선이 되면 어쩌다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점차 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차례 대통령 노릇 해 보고 그렇게 되는 예는 우리나라에선 전무했다. 있었다면 온갖 무리수를 써서 법과 헌법을 걸레조각으로 구겨 놓고 결국 현직이 스스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꼴의 1인 장기 집권 끝에 더디 더디 대통령‘감’이 나온 경우는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위대한 업적’을 쌓은 대통령도 다른 한편으론 ‘독재자’란 지탄을 면할 수가 없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선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다시 안정된 장기 집권이 필요하다. 그것을 합헌적으로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민심을 얻어 선거에만 이기면 10년 20년을 집권해도 상관없는 내각책임제이다.

선거철 요란한 ‘선전’은 못 믿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60년 헌정사상 단 한 사람도 떳떳하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성공한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그쯤 했으면 이 실패한 대통령 책임제(혹은 ‘무책임제’)를 서서히 졸업할 때도 됐건만 국민의 대다수가 아직도 이 제도를 선호한다니 도리가 없다. 아직은 ‘감’이 못 되지만 잘하면 대통령으로 뽑아 준 다음 ‘감’이 될 만한 후보를 눈 비벼 골라 보는 수밖에…. 그러나 저러나 도대체 누구를 뽑지?

나이 들며 내리 민주공화국에서 산 덕택에 많은 선거를 치러 봤다. 그 경험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대충 이렇다.

우선 선거철에 바짝 가까이 휘몰아쳐 오는 ‘선전’을 멀리한다는 것. 설혹 귀에 들려도 귀담아 두지 않는다. 나는 193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를 배출한 독일 국민이 히틀러를 지도자로 뽑았다는 불가사의한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한동안 선전에 관한 공부에 빠져 본 일이 있다. 비단 히틀러 독일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소련, 그리고 오늘날 김 씨 부자의 북한을 이해하려면 선전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현대사에도 성공한 대통령은 없지만 선전 기량만은 히틀러를 따라갈 만한 선동 정치가는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더욱 한판 승부의 대선에선 요란한 선전을 멀리하려고 한다.

이러한 조바심의 작은 가지로 나는 대선 후보자들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그럴수록 불신의 점수를 가산한다. 뭐가 좋다고 김정일 잠바 차림을 흉내 내 가당치도 않게 새벽의 생선 시장 바닥에 나가고 느닷없이 보육원 양로원에 찾아가는 보기 민망한 모습도 아름답지 않다.

이른바 네거티브 공세, 국회의원 당수 시장 도지사 등 검증받았어야 할 요직에 있을 때엔 가만히 있다가 대통령으로 출마하자 갑자기 ‘사기꾼’ ‘패륜아’로 매도하는 네거티브 선전은 어느 쪽에서 와도 나는 무시해 버린다. 아무리 자기비하를 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패륜아가 여당의 의장이 되고 사기꾼이 수도의 시정 책임자가 되는 그런 나라라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 선전에 귀를 막아 버리면 뭘 보고 후보자를 뽑나? 그거야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본 것, 후보자가 공직에 있을 때 보여 준 ‘실적’은 알고 있지만, 아직 보지 못한 것, 후보자가 장차 보여 주겠다는 ‘공약’은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나는 그러한 미래를 예단할 능력은 없고 오직 과거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후보가 보여 준 ‘실적’이 기준

이렇게 생각하니 이제 조금은 망설이던 마음이 기댈 데가 생긴다. 선전에 나부끼지 말고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공약에 홀리지 말고, 내가 본 것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을 놓고 후보자를 뽑는다. 저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당 의장으로 있을 때, 시장으로 있을 때, 장관으로 있을 때 어떤 일을 했지? 어떤 잘한 일이 있고 어떤 못한 일이 있지? 이런 판단은 선전엔 차라리 귀를 막고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본보 객원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