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노하우 매뉴얼 만들고 교육 체계화했더니 세일즈 실적 ‘쑥쑥’

입력 | 2007-11-10 03:01:00


8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의 현대카드 부천영업소.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었네요. 상가 점포에서는 내부 장식에 대해 칭찬하고 설명을 이어 나가면 자연스럽습니다. 이미 카드가 있다면 기존 카드와 비교해 우리 상품이 우수한 점을 설명하면 효과가 크지요.”

전혜경(48·여) 팀장의 말에 모여 있던 카드 모집인 20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천영업소 사무실은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강의실 겸 상담장으로 변한다. 현대카드가 8월에 도입한 ‘영업력 향상 프로그램’에 따라 아침조회와 팀 미팅 등을 통해 전날 실적을 분석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영업사원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던 기업의 영업 방식이 변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와의 상담을 거쳐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만들고 우수 영업 노하우를 매뉴얼로 작성해 전체 영업사원의 능력을 높이는 시도가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불규칙했던 영업 방식을 체계화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신용카드 모집인들은 회원을 모집한 만큼 수당을 받기 때문에 소속감이 약하고 실적도 개인별로 편차가 컸다. 아예 출근을 안 하는 모집인이 대부분이었고 수당을 받을 때만 잠깐 영업소에 들르는 식이었다.

카드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카드는 경험이 부족한 모집인들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말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의뢰했다.

2개월 동안의 조사를 마친 맥킨지는 “영업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체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현대카드는 이에 따라 우수 영업소장 10명을 코치로 육성한 뒤 영업소에 파견했다.

이들은 해당 영업소가 △9시 반 아침조회 △10시 팀 미팅 △10시 반 소그룹 교육 및 일대일 면담 등 표준 스케줄을 지키도록 했다.

모집인들에게는 매일 일정을 한 시간 단위로 수첩에 기록한 뒤 면담을 하도록 해 체계적인 일정관리를 유도했다.

박명신 현대카드 영업교육팀장은 “오전을 교육시간으로 활용해 영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상품 이해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1인당 신규 카드 발급 건수가 약 20% 늘었고 모집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모집인 고성옥(34·여) 씨는 “무작정 돌아다닐 때는 한 달에 30∼40명을 회원으로 유치했지만 최근에는 월 100명 이상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지닌 영업 노하우를 체계적인 매뉴얼로 만드는 것은 영업력 강화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에 의뢰해 영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우수 사례를 영업 매뉴얼로 정리했다.

매뉴얼을 토대로 2박 3일 합숙을 통해 영업사원들을 교육한 뒤 매주 2회씩 모여 코치와 함께 동료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 영업사원 남재욱(29) 씨는 “전에는 거래처에 실적을 올리게 도와달라고 사정했는데 지금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해 가져간다”며 “성공률이 30% 이상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지난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성공적인 영업 사례를 매뉴얼로 만든 뒤 역할극을 통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컨설팅업체가 제안한 영업력 강화 프로그램을 회사 실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발전시킨 곳도 있다.

삼성생명은 맥킨지에 의해 도입된 영업력 강화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 ‘사업가형 성공 프로그램’을 올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업소장의 영업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한성준 삼성생명 파트장은 “대졸 정규사원으로 입사한 영업소장들이 직접 고객 상대 영업을 할 수 있어야 관리하는 보험설계사들의 영업능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시행 8개월 만에 생산성이 약 10% 늘었다”고 말했다.

정지택 베인&컴퍼니 한국지사 부사장은 “대규모 영업조직을 둔 기업일수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세일즈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우수 사례의 핵심 요소를 추출해 매뉴얼로 만들고, 실시간 피드백을 도입하는 영업력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생산성을 20∼200%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