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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미FTA 발목 잡나

입력 | 2007-10-11 03:03:00


노조 의식 잠정보류 거듭 주장… 조기 비준 ‘적신호’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민주당 상원의원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표명했다.

힐러리 의원은 8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은 부유층에 돌아갔을 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새로운 FTA 체결은 잠정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경제 정책 비전 및 공약을 공개한 직후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회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6월에도 “한미 FTA는 자동차부문에서 합의가 미흡했다”며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 의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 1위를 달리는 힐러리 의원이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에게 이득이 안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공공연히 밝힌 것은 한미 FTA의 조기 비준에 적신호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선두 주자의 이 같은 발언이 민주당 표밭에 영향을 미쳐 버락 오바마 의원 등 다른 민주당 경쟁 주자에게 번져가거나, 내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에 거부감을 보일 경우 행정부가 이행법안 상정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런 공개 발언이 반복된다면 당선 후에도 말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그가 당선될 경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NAFTA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조건부 FTA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한편 자유무역을 앞세우는 공화당은 물론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들도 힐러리 의원의 보호무역 견해에 우려를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싱가포르 및 칠레와의 FTA에 찬성했고, 자유무역은 미국과 미국인에게 전체적으로는 이익(a net positive)이라고 말했던 그가 왜 이렇게 변했느냐”고 물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보호무역으로 돌아가려 한 시도는 언제나 자국에 손해를 입혔다”며 힐러리 의원의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