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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서울 강남구 議員들

입력 | 2007-08-24 02:59:00


작년 5·31지방선거에서 뽑힌 7대 지방의원(議員)부터 급여를 받게 되면서, 그전에 지역 유지들이 주로 차지했던 지방의회에 젊은층과 전문직 출신이 많이 진출했다. 그러나 의정(議政)의 내용과 질이 확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 머슴이라며 주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려는 의원도 있지만 예산 낭비성 외유, 비리, 불성실한 의정활동 같은 구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연봉 인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엉터리 여론조사를 해 구설에 올랐다. 이 구의회는 내년 연봉 액수를 6100만 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올해 2720만 원에서 124%나 인상한 데 대해 주민의 눈길이 따스할 리 없다. 구의회는 절차상 거치게 돼 있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꼼수를 썼다. 올해 연봉을 밝히지 않은 채 인상액의 타당성만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는 임의로 추출한 표본에서 모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강남구의회는 긍정적 답변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자치위원을 골라 조사를 한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는 정보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통계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살피라’고 조언한다. 구의원 연봉을 한꺼번에 배 이상 올리는 것에 주민들이 찬성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재정자립도가 98%인 서울 강남구는 대한민국에서 부자 동네로 손꼽힌다.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주거 여건도 좋은 편이다. 주민의 교육 수준도 높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의회가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앞장선 것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기초의회가 최소 배 정도의 연봉 인상에 나선다면 전국에서 가장 연봉이 낮은 충북 증평군의회를 기준으로 전국을 합산해도 554억 원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의원들은 지금도 세금 많이 내는 구민들 덕에 다른 지방의원들보다 더 누린다는 점을 왜 고마워할 줄 모를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