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서른다섯 동갑내기 커플이 탄생했다.
탈(脫) 노총각-노처녀의 주인공은 탤런트 안재환과 개그맨 정선희.
오는 11월 17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두 사람은 24일 오전 10시 같은 호텔 리젠시룸에서 결혼 발표 기자 회견을 열고 세간의 궁금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수줍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정선희는 "안재환씨가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인 첫 키스를 했고, 이미 약식 프로포즈를 통해 커플링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라디오 DJ와 게스트로 만난 정선희와 안재환은 "1년전부터 알긴 했지만 지날 때 반갑게 인사하는 정도 사이였다. 저희 스스로도 이런 결과에 놀랍다"면서 "본격적으로 연애를 했던 5개월여 동안 비밀데이트를 해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철저한 비밀데이트'의 강도는 정선희의 각별한 연예계 친구 최화정, 이소라, 엄정화 등도 기사 보도 이후 결혼 소식을 접했을 정도.
정선희는 "모두의 첫 반응은 경악이었다. 급작스러운 소식에 소리부터 질러댔지만 너무나 많은 축복을 해줬다. 계속된 방송 녹화에 일요일 밤에야 TV를 보던 엄정화는 밥을 먹다가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며 웃음지었다.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지인들이 괜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라고.
안재환은 라디오 코너를 진행하면서 본 정선희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생각해주는 마음 씀씀이에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님을 아무 거리낌없이 모시고 살겠다는 말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같은 질문에 "일단 개그맨 보다 더 웃긴 입담과 유머 코드에 호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믿음직스러운 면모가 결혼을 결정하게 했다"면서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밭'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과 그 이면에 지혜롭고 야무진 면들이 적절히 배어 있어 감성적-현실적으로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향후 방송활동은 변함없이 이어 나갈 예정이라는 두 사람은 "열심히 사랑해서 정말 웃기는 2세를 낳겠다"고 호언해 웃음 바다를 만들었다.
이하 일문일답.
▲ 정선희씨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주다가 사귀게 됐다고 하는데 어떤 일을 해결해줬나.
(정선희-이하 정) 저에게 사업제의가 들어왔는데 서류 작업에서 도움을 받으면서 안재환씨에게 사업가로서의 다른 면모를 보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의지를 하게됐다.
▲ 첫키스는?
(정)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첫키스를 했습니다. 앞에 앉은 친구는 둘이 사귀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구요. 제가 안재환씨의 목을 감고 어깨에 기대도 '형제같이 친한 친구구나'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갑자기 안재환씨가 키스를 한거에요. 근데도 그 친구는 둘이 사귄다는것을 믿지 못했다네요.
(안재환-이하 안)
▲ 주변 친구들은 언제 알았나?
(정) 발표날 다 알게됐어요. 최화정씨, 이소라씨 등도 소식을 듣고 비명으로 시작했어요. 일요일날 밤까지 모르던 엄정화도 같은 반응을 보인 뒤 모두다 축복해줬습니다.
▲ 프로포즈 받았나?
(정) 약식 프로포즈때 커플링을 교환하면서 '정식 프로포즈를 할때까지는 허락하지마'라고 얘기하는 모습에 맘에 들었어요. 무슨 생각인지 정식 프로포즈를 하려면 일주일 정도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눈앞에 있어라' 했죠.
(안) 갑자기 준비하느라 풍선도 준비하고 그랬는데 '다시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어요. 산에 가서 녹용이라도 꺽어오려구요.
▲ 비밀데이트 에피소드?
(안) 서로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서 보통 늦은 밤에 선희씨 집 앞에 차로 갔다가 간단하게 먹고 다시 들어가는게 보통이었어요.
(정)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잘 안나오는 편인데 제가 어느 날부터 개 일곱마리도 등한시하고 밤 11시에 나갔다가 2시쯤 들어오니까 엄마가 다그치시던 중에 재환씨한테 전화가 온거에요. 그때 엄마가 전화를 뺏어들고 '차라리 내 안구를 빼가지 내 딸을 빼가나' 그러셔서 한참 웃었죠. 게스트들하고 자꾸 스캔들이 나는 딸을 걱정하던 엄마가 '얘는 또 게스트를...'라고 걱정도 하셨구요. 그날 재환씨가 차에 있던 정장을 갈아입고 올라와서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어요.
▲ 둘이 합해 아이큐 300
(정) 그건 맞아요. 안재환씨가 저보다 훨씬 높으시구요. 근데 중학교 자료라서 지금 재면 합쳐서 100도 안나올 것 같아서 다시 테스트는 안받을라고 해요.
▲ 2세 계획
(정) 나이가 있으니까 진작 했죠. 애를 낳으면 잘 키우자 정도에요. 안재환씨는 딸을 원하는데 저는 조카를 보면서 아들이 좋더라구요. 정말 원하는 것은 제 코 위로만 닮았으면 하는거죠.
(안) 자꾸 쉽게 살이 찌는 것만 절 안 닮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사랑하고 정말 웃기는 2세 만들께요.
▲ 서로에 대한 당부?
(안) 우리가 처음에 만나 느꼈던 노처녀 노총각의 절박함, 그것만 잊지 않으면 평생 싸울일도 없고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싶어요.
(정)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도 책임감이 느껴져요. 만난 기간이 짧아서 주변의 걱정도 잘 알고 있어요.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겠지만 노력해서 일궈 나갈께요.
스포츠동아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화보]정선희 안재환 “우리 결혼해요” 기자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