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17일 한나라당이 제기한 ‘이명박 태스크포스(TF) 가동 및 X파일 작성’ 주장과 관련해 의혹의 당사자인 이상업 전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을 조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주장한 (이명박 X파일)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9일부터 이 의원이 거론한 직원 P 씨와 K 씨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이후 이 전 차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이명박 TF’의 총괄 책임자로 이 전 차장을 처음 지목한 것이 13일 오전이고, 국정원은 그날 오후 7시 반경 ‘사실 무근’이라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미뤄 국정원의 ‘사실 확인’ 작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은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소유 현황을 열람한 K 씨에 대해서는 9차례에 걸쳐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K 씨와 P 씨 등 계선상의 다른 협력단 직원 상당수도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차장은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 내에서 조사를 받지 않았으며,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그런 경우 국정원 간부가 국정원 밖에서 만나 ‘문답 형식’으로 확인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이 전 차장은 “이명박 TF를 구성한 사실이 있거나 X파일을 만든 적이 있느냐”는 국정원 측의 질의에 대해 부인했고, 국정원은 이를 토대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얘기가 된다.
또 한나라당이 이 전 차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날 바로 국정원이 이 전 차장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둘러싸고 의혹 제기에 앞서 미리 이 전 차장을 조사한 것인지, 의혹 제기가 나오자 바로 이 전 차장에게 연락해 확인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차장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무근이다”고 부인한 후 언론과 접촉을 끊고 잠적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차장이 국정원과 모종의 협의하에 언론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靑 “국정원TF 최근에 알아”
한편 청와대는 17일 “국정원에 ‘부패척결 TF’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근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사전 인지설을 일축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정원이 8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이 전 차장이 ‘이명박 스크린(조사)팀’을 가동했던 사실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으로 법적 대응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