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승부는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 한다. 뒤끝을 남기면 반드시 화를 부른다. 흑 ○는 승부수라지만 폭약을 안고 적진을 돌파하는 수나 다름없다. 유방의 한군에 쫓기던 항우의 초군이 오강(烏江)에서 맞이한 최후의 일전이 이러했을 것이다. 결사항전의 기세에 질렸음인가. 백 102가 끝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수였다. 참고도 백 1로 두는 게 확실하게 이기는 길이었다. A로 째고 나가는 수가 있으므로 흑은 4에 받아야 하는데 백 1의 선수교환이 흑 6의 약점을 완화시켰기 때문에 백은 5로 핍박할 여유가 생겼다. 다음 흑 6에는 백 7로 붙여 나와 그만.
참고도를 외면하고 백 102로 바로 압박하자 흑이 재빨리 103을 선수했다. 백 ‘가’로 젖혀 끊는 수를 방지하며 흑 105에 끊어 잡는 수를 보고 있다. 후수로 잇자니 흑 ○를 잡을 길이 없다. 그래서 백 104로 하변 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지켰다. 흑 105로 ○가 몽땅 잡혀 형세가 만만치 않아지긴 했으나 백 108로 크게 품으면 이긴다고 보았다. 이 판단은 정확했다. 문제는 흑 109 이후의 대처. 백 112가 말도 안 되는 응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