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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생사범 18만 적발한 국정원의 놀라운 국민감시망

입력 | 2007-07-17 22:00:00


국가정보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가 공작정치 논란을 낳자 어제 ‘부패척결 TF’의 활동 내용을 공개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이 TF가 수집한 부패, 비리 첩보를 검찰과 경찰 등에 제공함으로써 군납 비리, 조직폭력 등 8대 민생경제 침해 사범 18만3400여 명을 적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제 한나라당이 공개한 ‘국정원의 전산자료 활용 방안’까지 포함하면 ‘빅 브러더’가 따로 없다. 국정원이 사회 곳곳에 이렇게 광범위하게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는 줄 몰랐다.

국정원의 전산자료 활용 방안은 국정원이 국세청, 행자부 등 14개 국가기관의 17개 전산자료망에 접속해 해당 개인의 주민등록, 세금, 주택, 병역 등에 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을 말한다. ‘부패척결 TF’가 이 후보의 부동산자료를 뒤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정보접근권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대공(對共), 테러, 국제 범죄조직 정보를 수집, 관리한다는 정보기관이 민생범죄 척결을 이유로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나라를 과연 자유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정부망은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여 년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부처 간 행정자료 공유 체제다. 그런 시스템이 고스란히 국정원의 ‘공작정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어제 “국정원에 ‘부패척결 TF’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청와대가 불법의 소지가 농후한 조직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국정원은 누가 감시, 감독한다는 말인가.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2004년 ‘부패척결 TF’를 만들 당시 국내정보 담당 최고책임자이던 이상업 전 2차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특별검사 임명과 국정조사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제에 이 전 차장뿐 아니라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활용 행태 전반을 조사해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