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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엔低…바이 저팬”…日 ‘관광-쇼핑의 천국으로’

입력 | 2007-07-06 19:13:00


금융회사에 다니는 전문직 여성 이윤정(34)씨. 휴가나 크리스마스 때 관광과 쇼핑을 겸해 홍콩을 자주 다녔던 그는 작년부터 여행지를 일본으로 바꿨다. 이 씨는 "해외 명품(名品)은 일본이 국내 백화점보다 훨씬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면서 "10년 전 대학생 때 일본에 갔을 때는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지갑열기가 두려웠는데 요즘은 명품브랜드 몇 개만 사면 비행기 값을 건진다"고 말했다.

한국 돈에 대한 엔화의 약세(엔당 원화환율 하락)가 지속되면서 한국인의 소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일(韓日)간에 체감 물가가 역전되면서 일본에 관광이나 쇼핑을 목적으로 여행객이 크게 늘었고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일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국내 유통매장에는 일본 식품과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값싼 중국 제품을 주로 취급하던 기업들도 일본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일본으로… 쇼핑천국의 이동

2004년 100엔당 1100원하던 시절 일본에서 100엔짜리 물건을 사려면 1100원을 냈지만 요즘은 750여원 만 내면 된다. 환율만 따질 때 한국인에게 일본 물가가 31.8%가 싸진 것.

덩달아 한국인이 일본에서 돈 쓰는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관광객은 물론 쇼핑만 하러 일본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중상류층에게 홍콩과 싱가포르가 쇼핑 관광지로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엔저(低)로 일본이 '쇼핑의 천국'으로 떠오른 것.

하나투어 김희선 팀장은 "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쇼핑을 하거나 수입 품목을 찾기 위해 일본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비자카드 사용액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액은 2억5116만 달러. 2005년(2억375만 달러)에 비해 23.3%가 늘었다.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 인기폭발

4월 결혼한 회사원 김광동(31) 씨는 혼수 가전제품 일부를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샀다.

김 씨가 찍어둔 소니 브라비아 40인치 LCD TV의 일본 가격은 16만6740만 엔. 원화로 환산하면(당시 100엔당 800원) 133만 원 정도.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알아본 국내매장에서 최저가는 240만 원. 관세와 구매대행 수수료, 배송비 등을 모두 더해도 179만 원.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61만원이 쌌다.

해외상품 구매대행 사이트는 일본 현지의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해 현지 제품을 대신 구입해 한국으로 보내준다. 국내 수입업체가 환율변동에 따라 가격을 인하하려면 수개월이 걸리지만 구매대행 사이트는 환율 변동이 바로 반영된다.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비드바이'의 2006년 매출은 100억 원으로 2005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200억원. 디지털 TV, 골프채, 명품 핸드백 등을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매장에도 일본 제품 속속 침투

지난해 수입식품 매장크기를 4배가량 넓힌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판매 제품 1500종류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일본 식품으로 채웠다. 유지훈 식품바이어는 "최근 3년간 일본 식품 가격이 5~10% 떨어지면서 제품을 대폭 늘렸고 매출도 매년 20~30%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도 일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 제품을 주로 구매하던 국내 할인점들이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마트 이병길 해외상품팀장은 "일본제품은 가격 때문에 거의 들여놓지 않았는데 엔저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올 초부터 구매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5월 일본 가전제품 수입이 품목별로 2배에서 최고 50배까지 늘었다. 소형가전과 이미용가전이 최고 인기다.

온라인 시장인 옥션과 G마켓에서도 일본 가전제품과 의류 위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G마켓 김효종 사업팀장은 "전반적으로 일본 제품은 올해 초보다 40% 이상 판매가 늘었다"며 "일본제품의 가격경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