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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무대열기100℃…객석열기200℃…지방 공연문화 꽃핀다

입력 | 2007-04-04 03:00:00


《지난 주말 부산 중구 광복동 가마골소극장. 120석 규모인 이 소극장은 연극 ‘70분간의 연애’를 보러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70분간의 연애’는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끝난 ‘따끈따끈한’ 신작. 서울의 출연진 그대로 부산에서 공연하는데 평균 유료객석점유율이 80% 선에 이른다. 수많은 공연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무대를 펼친 서울보다 오히려 부산에서 흥행이 더 잘된 셈이다. 공연장을 찾은 이은희(27·회사원) 씨는 “부산에서는 공연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 대학로로 가는데, 이렇게 대학로의 최신 공연을 부산에서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방 공연문화가 꽃핀다] 뜨거운 무대 뜨거운 객석

가마골소극장 박태남 대표는 “부산에서 연극이 4주간 공연되는 것은 ‘70분간의 연애’가 처음인데 공연을 시작한 지 3주가 안 돼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 연극의 성공에 힘입어 가마골소극장은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를 뮤지컬로 바꾸어 6일부터 4주 동안 같은 극장에서 올린다.

예전에는 지방 공연의 경우 주말 이틀, 길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했지만 요즘은 지방 관객층이 두꺼워지면서 4주 이상 ‘장기 공연’하는 연극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장기 공연 중인 연극 ‘라이어’는 대구에서 지난해 ‘10주 장기 공연’을 성공리에 끝낸 데 이어 연말 대구에서 두 달간 공연한다. ‘라이어’가 올해 공연을 했거나 공연이 예정된 지방 도시는 32곳으로 계약이 진행 중인 곳을 합하면 올해 40개 지역에 이른다. 지난해 24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셈.

‘라이어’ 제작사인 파파프로덕션의 이재원 실장은 “‘라이어’는 매출의 절반을 지방이 차지하므로 올해 40개 지역에서 공연하면 처음으로 지방 매출이 서울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품을 보는 지방 관객의 눈도 높아졌다. 서울에서 200석 안팎의 소극장에서 했던 공연을 지방에서 1000석 대극장 공연으로 바꿔 티켓 가격을 두세 배 이상 올리는 경우도 많았으나 지금은 ‘지방 공연동호회’의 활동 때문에 ‘뻥튀기’가 쉽지 않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한 공연기획자는 “동호회원들이 지방으로 온 공연에 대해 서울에서는 몇 석 규모 무대였는지, 티켓 가격은 얼마였는지 등을 점검해 인터넷에 띄우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공연 규모를 키우거나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공연동호회들이 활성화돼 있어 ‘바다무대’는 회원이 1만5000명, ‘뮤클’은 1만1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말에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와서 공연을 보며, 같은 공연이 부산에서 열리면 감상평과 정보를 활발히 교환한다.

지방 공연 횟수와 관객 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10월 개관한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의 경우 2004년에는 155건 공연에 관객이 15만여 명이었으나 2006년에는 253건 공연에 관객이 23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곳에서 2월에 열린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공연은 유료 관객이 95%에 이르렀고 발레 ‘호두까기 인형’도 공연 개막 일주일 전에 4500석이 매진됐다.

공연기획자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 2년 전. 2005년 대구에서 뮤지컬 ‘맘마미아’가 두 달 넘는 장기 공연에 성공한 뒤 공연기획자들이 지방 팬층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 ‘맘마미아’ 성공 이후 대구는 대형 뮤지컬이 서울 공연에 이어 찾는 단골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서울에 이어 올해 초 대구에 내려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유료 관객이 77%로 서울과 차이가 없었고 이어 김해 공연에서는 유료객석점유율 87%로 서울보다 높았다. 대구는 ‘뮤지컬 특별시’의 기치를 내걸고 다음 달 ‘제1회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 모티스 이사는 “서울 관객만으로는 엄청나게 상승한 뮤지컬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방 공연 시장의 개발은 뮤지컬 산업의 성장에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부산=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와! 우리 지역이 첫 공연이래”

‘초연 공연은 지방에서 보세요.’

서울이 아닌 지방의 공연장에서 초연하는 작품이 늘고 있다.

두 차례 내한 공연으로 인기를 모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서울이 아닌 경남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올여름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캣츠’ 내한공연도 서울 공연에 앞서 5월 대구를 먼저 찾고 이달 영국 런던에서 선보일 비보이 공연 ‘피크닉’도 한국에서는 경기 고양시에서만 3일간 공연할 뿐이다. 어린이극 전문극단인 사다리는 신작 ‘고양이는 왜 혼자 다닐까’를 어린이 공연 대목인 어린이날 전후(5월 3∼6일) 대전에서 초연한다. 유니버설 발레단도 신작 발레 ‘춘향’을 다음 달 고양아람누리극장에서 초연한다.

지난해에도 대형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서울 공연에 앞서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뮤지컬인 ‘이’도 부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나 인기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역시 서울에 앞서 경남 밀양시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처럼 지방 공연장이 ‘초연 공연장’으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공연계에서 점차 ‘트라이아웃(Try Out)’ 개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는 새로 창작된 작품을 지방에서 개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서울 공연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일반화된 제작 시스템이다. 지방 공연장으로서는 화제작을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점에서, 제작사로서는 가장 큰 시장인 서울에 앞서 지방에서 관객 반응을 미리 파악한 뒤 수정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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