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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엄마 부자아빠]정부의 대부업체 관리 공염불되나

입력 | 2007-03-22 02:59:00


전북 전주의 한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어 3개월 동안 100만 원을 빌리고 싶다고 말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가게는 연이율이 60%이고 한 달 이자가 5%입니다. 석 달을 빌리면 이자 15만 원을 합친 115만 원을 90일 동안 균등하게 하루 1만2700원씩 갚아야 합니다.”

얼핏 그럴듯하게 보였지만 사실 원리금 상환 방식을 무시한 이자 계산법이었다. 일수 대출은 매일 돈을 갚아 나가면서 원금과 이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이자를 계산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일수이자율계산기’로 대부업체의 실제 연이율을 계산해보니 109.8%가 나왔다.

금감원은 “100일 동안 100만 원을 일수대출로 빌릴 경우 대부업법 시행령에 정해진 제한 이자율(66%)을 지키려면 매일 납입금이 1만940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올 1월 말부터 전국 대부업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껏 제대로 관리된 적이 없는 전국의 등록 대부업체 1만6000여 곳의 대출 규모, 연이율 등을 파악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한 지방자치단체의 대부업체 실태조사 결과를 받아 보니, 조사에 응한 대부업체가 고작 20% 남짓일 정도로 허술했다. 본보가 해당지역의 30여 개 대부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이들이 적어낸 연이자율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법정이자율 상한선을 지키면서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번 조사에 응한 상당수 대부업체는 등록만 했을 뿐, 거의 규제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5년전 대부업법 시행 당시 “미등록 업체와 제한 이자율 이상을 받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이후 사채시장은 더욱 음성화됐고 이자율은 치솟았다. 금융당국은 금융현실을 반영한 충실한 현장조사를 토대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고리(高利)의 사채이자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