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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中대학 “실험-컴퓨터교육 꿈도 못꿔”

입력 | 2007-03-10 02:59:00


《중국의 대학들이 4000억 위안(약 48조89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깔려 허덕이고 있다.

중국 전역의 1900여 개 대학 중 부채 없는 대학이 거의 없고 일부 학교는 학교 재정으로는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기 힘들 정도다.

3일과 5일 각각 개막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참석한 전국 정협 위원과 전국인대 대표들은 “이대로 놔뒀다가는 중국 대학 교육 자체가 붕괴될 위기”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학교 부채 4000억 위안=9일 홍콩의 뉴스전문 사이트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의 대학이 갖고 있는 부채는 무려 4000억 위안. 학교당 평균 2억1000만 위안(약 257억3000만 원)이다. 지난해 겨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00달러를 넘어선 중국으로서는 학교당 이런 규모의 부채는 엄청난 부담이다.

일부 학교의 빚은 20억∼120억 위안에 이르러 이자조차도 갚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0억 위안의 부채를 안고 있는 장시(江西) 성 난창(南昌)대의 연간 수입은 대학생이 내는 수업료와 정부의 보조금 등 총 3억 위안. 그러나 난창대가 연간 내는 은행 이자는 1억1000만 위안에 이른다. 이자 갚는 데 대학 재정의 3분의 1이 날아가는 셈이다.

부채가 이보다 많은 대학도 수두룩하다. 허베이(河北) 성 랑팡(廊坊)의 둥팡(東方)대가 최근 학교 시설 확장공사에 투자한 돈은 50억 위안. 거의 모두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의 모 대학은 무려 120억 위안을 투입해 학교 시설을 확충하고 현대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빚을 내 다시 빚을 갚는 악순환까지 이미 발생했다.

중국 민주당파인 주싼쉐서(九三學社)의 중앙 부주석 사오훙(邵鴻) 전국 정협 위원은 “대학 부채가 은행 빚 2000억∼2500억 위안을 포함해 4000억 위안이 넘어 일부 학교는 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중국 장시 성 난창 시의 난창대 정문. 20억 위안의 빚을 진 이 대학의 연간 재정은 겨우 3억 위안. 이자만도 연간 1억1000만 위안을 내야 한다.

▽대학 교육 붕괴 위기=막대한 대학 부채는 곧바로 교육의 부실로 이어진다. 일부 학교는 돈이 드는 실험 교육이나 컴퓨터 교육은 아예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정에 따르면 전체 재정의 최소 20%는 반드시 학생 교육비로 써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학비의 최소 25%는 반드시 장학금 등으로 학생에게 돌려주고 대학 재정의 1%는 졸업생의 취업 알선에 써야 하지만 빚더미에 앉은 대학들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교수의 연구비나 학술교류 활동비를 줄이거나 심지어 교직원의 월급을 줄인 곳도 있다. 이래저래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학마저 ‘맹목 투자→재정 위기→악성 부채 증가→도산 위기’라는 부실 국유기업의 전형적인 길을 걷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어쩌다 이 지경 됐나=중국 대학의 부채가 이처럼 갑자기 늘어난 것은 1999년부터. 중국 정부는 대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시설을 확충하면 중앙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학의 모집인원도 늘려주기로 했다.

각 대학과 해당 지방정부가 먼저 시설확충 계획과 자금을 마련하면 중앙정부가 전체 금액의 3분의 1까지 보조하는 방식이었다. 이러다 보니 각 대학은 보조금을 많이 타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일부 지방 도시는 이 기회를 이용해 학교도 발전시키고 도시 경제도 일으킬 생각으로 무리하게 대학에 대출을 받도록 강요했다. 대학 역시 학생 모집인원을 늘리기 위해 너도나도 투자에 나섰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전국 각 대학의 시설투자비는 무려 5000억 위안. 이 중 10%인 500억 위안만 중앙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나머지는 대학이 빚을 내 투자한 것이다.

대학 입학생도 급속히 늘었다. 1999년 159만7000여 명에 불과했던 입학생 수는 지난해 540만 명으로 7년 만에 3.4배로 늘었다. 그러나 대학이 학생에게서 받는 학비만으로는 투자금액의 이자를 갚기도 어려웠다.

전국 정협의 상임위원인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 시 부시장은 “재정 규모가 부채보다 작은 대학이 수두룩하다”며 “정부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 전체 대학 교육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