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배링 해협 횡단 원정대가 러시아 추코트 자치구 우옐렌 해안가에서 출발에 앞서 태극기와 동아일보사기 등을 들어 보이며 횡단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모 대원, 박영석 대장, 오희준 대원. 우옐렌=전 창 기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가운데)과 오희준(오른쪽), 이형모 대원은 5일 러시아 추코트 자치구 우옐렌 해안에서 태평양과 북극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있는 베링 해협을 횡단하는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횡단 최단거리는 88km. 하지만 이들은 얼음판을 찾아 우회하면서 300km 넘게 걸어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의 얼음 일부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원정대는 러시아에서 출국 허가가 늦어진 관계로 현지 도착 17일 만인 이날 비로소 원정을 떠날 수 있었다. 우옐렌(러시아)=전 창 기자
“힘들게 준비를 해 왔고, 힘들게 허가를 받아냈고, 힘들게 출발하는 만큼 대한민국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탐험가 박영석(44·골드윈코리아 이사·동국대 산악부 OB) 대장이 이끄는 베링 해협 횡단 원정대(후원 동아일보, ㈜LG, 노스페이스)가 5일 낮 12시 35분(한국 시간 5일 오전 9시 35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인 러시아 추코트 자치구 우옐렌(북위 66도 10분, 서경 169도 49분) 해안가에서 베링 해협을 건너기 위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동영상]썰매 끌며…얼음바다 헤치며…베링해협 원정단 횡단 첫발
지난달 16일 현지로 출발한 원정대는 러시아에서 출국 허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한국을 떠난 지 17일 만에 비로소 원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정대는 박 대장과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0개를 등정한 오희준(37·노스페이스 알파인팀·서귀포 영천산악회) 대원, 지난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이형모(28·관동대 산악부 OB) 대원 등 3명으로 구성됐다. 목적지인 미국 알래스카 주 웨일스(북위 65도 35분, 서경 168도)까지 직선거리는 88km에 불과하지만 빠른 조류와 강풍, 얼음 상태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0km 가까운 힘든 여정이다. 원정대의 웨일스 도착 예정일은 19일.
북위 64도와 67도 사이에 걸쳐 있는 베링 해협은 영하 20∼40도의 혹한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 위에 얼어붙은 유빙이 적어져 도보로 탐험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현재 베링 해협은 곳곳에 너비만 수 km에 이르는 개수면(유빙 없이 바닷물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 널려 있으며 10m 가까운 난빙도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대는 개인당 70kg의 짐을 실은 썰매를 끌며 얼음물을 만나면 잠수복인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는 등 치열한 수중전을 펼치며 나아갈 예정이다. 박영석 원정대가 횡단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세 번째, 동양인으로 처음이 된다. 원정대가 매일 위성전화로 보내는 원정 일지와 동영상 등 각종 소식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 개설된 원정대 미니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동영상]썰매 끌며…얼음바다 헤치며…베링해협 원정단 횡단 첫발
■베링해협 도보원정대 이것이 궁금하다
Q : 얼음바다 빠지는 일도 많을텐데
A : 저체온증 방지 특수복 착용… 물위에 떠
‘바다 위를 걸어간다?’
베링 해협 도보 횡단은 예상을 뛰어넘는 도전인 만큼 각종 장비와 식량도 독특하다. 원정대원들은 얼음 바다를 어떻게 횡단하는 것일까.
○ 베링 해협은 수심이 30∼50m라고 하는데 사람이 물에 빠지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원정대원들은 일종의 잠수복인 드라이슈트를 착용한다. 바닷물에 빠지더라도 저체온증을 방지할 수 있다. 드라이슈트는 목과 팔목, 발목 부분을 탄력 있는 고무가 꽉 죄어 줘서 슈트 안에 풍선처럼 공기가 갇히게 된다. 이 덕분에 부력이 발생해 물속에 들어가더라도 뜨게 된다.
○ 원정기간엔 무엇을 먹고 어떻게 조리하나.
―대원들은 냉동 건조시킨 특수 식량을 먹는다. ㈜불로에서 특별 제작한 이 건조 식량은 쌀과 야채, 고기 등이 주재료다.○ 빙수 같은 얼음 위에서 잠은 어떻게 잘까.
―3명이 누울 수 있는 텐트를 치기 위해선 넓고 단단한 얼음판을 찾아야 한다. 텐트는 일반 텐트에 비해 방수성이 좀 더 뛰어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고 운행을 하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GPS로 위치를 확인한다. GPS의 배터리는 방전이 심해 낮에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떴을 때 그림자 방향으로 방위를 찾는다. 원정대는 위성전화를 통해 약속된 시간에 러시아 라브렌티야 베이스캠프, 미국 알래스카 주 놈 캠프와 통화를 해 일기예보 등 각종 정보를 받는다.
○ 북극곰은 포악하기로 유명한데 북극곰과 만났을 때의 대비책은….
―1998년 최초로 베링 해협 횡단에 성공한 드미트리 시파로 씨나 지난해 성공한 칼 부시비 씨 모두 원정 기간에 북극곰과 마주쳤다. 이번 원정대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허가를 받고 산탄총을 갖췄다. 총소리로 곰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다.
우옐렌=전 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