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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男 “돈 없어 장가도 못가” 지참금 연소득 4.5배 달해

입력 | 2007-02-28 02:59:00


마르(지참금)가 없어 결혼을 못하는 노총각들로 아랍 국가들이 사회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모로코와 같은 비(非)산유국들에서 이런 현상은 특히 심각하다.

이슬람 국가라면 열악한 여성인권을 떠올리기 쉽지만 결혼자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남성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은 것.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이집트로 이 나라에서 한 해 신랑들의 결혼자금을 모두 합치면 38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받는 경제원조 20억 달러의 2배에 가깝다.

이곳에서 남자는 집과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상대 집안에 거액의 마르를 줘야 한다. 지난해 이집트 평균 마르 액수만 1인당 연평균 소득의 4.5배인 6000달러(약 560만 원)로 집계됐다.

명분을 중시하는 풍조 탓에 마르는 해마다 올라가는 반면 이집트 경제는 1985년 이래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체 실업률이 20%에 가깝고 결혼을 앞둔 대졸 취업자의 실업률은 30%를 웃돈다. 이집트에서 40대 미만 미혼 남성은 아예 노총각에 끼지도 못한다. ‘결혼했느냐’ ‘아이가 몇이냐’는 질문은 금기어에 속한다.

모로코에서는 남자의 결혼연령이 한 세대 사이 무려 7년이나 늦어져 32세가 됐다는 통계도 나왔다.

중동 지역은 연애결혼이 거의 없고 부모들 간 흥정에 의해 결혼이 이뤄지는 관습이 남아 있어 사랑보다는 마르가 결혼 성사를 좌우한다.

이런 현실과 대조적으로 중동의 여성 인권은 날로 성장해 일자리를 가진 여성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이 가정에서 갖는 발언권도 커지는 추세다. 얼마 전 이집트에서는 부인에게 맞는 남성이 수십만 명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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