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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공무원들 보고서 잘 써라"

입력 | 2007-01-19 15:40:00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보고서 작성방식을 놓고 공무원 '군기잡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공직사회가 연초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초 과천청사에서 있었던 고위공무원단 오찬에서 "경제성장 비결은 우수 공무원 때문"이라며 한껏 추켜세우는 등 평소 공무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보고서 작성을 들어 공무원들의 매너리즘을 호되게 질책한 것.

노 대통령은 이날 `비전 2030'에 대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이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느냐", "양은 많은데 핵심이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보고서가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돼 있고 일목요연하지 못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잘 써라"고 강조해온 차에 노동부 보고서가 `시범 케이스'로 걸리게 돼 평소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이 진땀을 빼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 요약본도 없이 보고서 분량이10여 쪽에 달한데다 분량이 많다 보니 보고시간도 10여분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각 부처는 보고서 작성시 요점이 부각되게 충실하게 쓰도록 노력 해달라"며 "핵심 포인트를 잡아 추세에 대한 비교치나 지표 등을 잘 활용하고, 목표도 명확히 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보고서 쓴 사람을) 조치해 달라"고도 언급, 한때 회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내 "이 장관한테 뭐라고 한 것은 아니고 공무원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추스른 뒤 "각 부처는 보고서 잘 쓰는 사람들을 스카우트도 좀 하시고.."라며 중간중간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국무회의 때 업무보고는 가급적 압축적이고 포인트를 잘 잡아서 해달라고 수차례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쪽 보고가 조금 산만했다"며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문서도 덜 압축적이어서 보고가 좀 늘어졌는데 대통령이 그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장관 개인에게 한 말씀은 아니었고 공무원 전체에 대한 당부가 섞인 부탁의 말씀으로 보면 된다"며 특정부처에 대한 질책 보다는 전체 공직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대표적 일상업무의 하나인 보고서 작성을 들어 `공무원의 자세'를 강조한 것은 올해부터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챙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임기 말 공직사회내 기강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직기강 다잡기 차원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각 부처에 퍼져나가면서 세종로와 과천 관가에는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부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욱이 이달말까지 서면보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연두업무보고를 앞두고 있고, 연초 인사까지 맞물려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부처 장관들은 국무회의 후 간부회의 등을 통해 보고서 작성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중앙부처의 경우 현황분석, 목표, 실행방안 등을 충분히 포함시켜 보고서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이미 발 빠르게 착수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그동안 해 온 대로 한다면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긴장감이 더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처마다 적지 않게 긴장하는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