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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영사관, 中에 엉뚱한 공문…“정부가 되레 일망쳐”

입력 | 2006-10-24 03:05:00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현지 한국영사관이 중국 정부에 공문을 엉뚱하게 작성해 보내는 바람에 관련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백두산(중국명 창바이·長白 산) 등산로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투자자들에 따르면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9일 지린(吉林) 성 인민정부 외사판공실과 백두산 개발을 담당하는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 앞으로 최근 중국 정부가 강행하려는 한국인 투자 호텔 철거와 관련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선양 영사관은 공문서에서 “철거과정이 투자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돼 공평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 달라”며 “관련 법률에 의거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른 내용이다. 아직 호텔 운영기간이 짧게는 7년, 길게는 32년까지 남은 투자자들은 호텔을 당초 중국 정부가 약속한 기간만큼 계속 운영하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0만∼600만 달러(약 28억∼57억 원)씩 투자한 이들은 투자 당시 보장한 기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영 영사관의 공문을 받은 창바이산관리위는 최근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에서도 철거를 이미 승인했다”며 빨리 철거작업에 응할 것을 강요했다.

선양 영사관은 협조 공문이 되레 악용되자 13일 뒤늦게 “한국 기업들은 호텔이 계속 운영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추가로 보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영사관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일을 더 망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