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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안드레스 오펜하이머]부시가 차베스 간을 키운다

입력 | 2006-10-24 03:05:00


베네수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진출 표결에서 패하고 남미 각국 대선에서 좌파 후보의 잇단 부진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국가 몫으로 주어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표결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는 과테말라에 연거푸 패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한 해 동안 30개국을 방문하고 해외 원조금 13억 달러를 내놓은 것도 과테말라를 누르고 이사국 자리를 확보하려는 포석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지원금을 받은 많은 나라는 비밀투표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겉으로는 차베스 지지를 공표했지만 뒤로는 과테말라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미주토론(Inter-American Dialogue)의 피터 하킴 소장은 “이미 차베스의 파워는 정점을 지났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의 마이클 시프터 연구원도 “차베스의 영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차베스 대통령은 우루과이의 병원 건립에 1600만 달러, 타이어 공장 설립에 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카리브 해 국가인 자메이카의 고속도로 확장 공사에 2600만 달러, 앤티가바부다 및 도미니카공화국의 공항 보수에 17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국채 36억 달러어치를 매입했으며 석유 보조금과 해외 원조금 형식으로 쿠바와 볼리비아에도 수십억 달러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모리타니, 니제르에 긴급 식량원조금으로 300만 달러를 내놓았으며 미국 일부 도시의 빈민층에 석유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아낌없는 해외 지원은 국내에서 비난 여론을 몰고 왔다. 12월 대선 출마 예정인 야당 지도자 마누엘 로살레스는 “지난 7년 동안 차베스 대통령이 해외 원조금으로 쏟아 부은 돈이 3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남미 대선에서 좌파 후보들이 연이어 패배하고 있는 것도 차베스 대통령에게는 골칫거리다. 6월 페루 대선에서 올란타 후말라 후보가 패한 데 이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멕시코 선거에서도 좌파, 반(反)자유무역주의 후보들이 고배를 마셨다. 15일 열린 에콰도르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차베스의 지지를 받는 라파엘 코레아 후보가 패했다.

이처럼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 실패와 남미 대선 패배 때문에 차베스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아직 그에게는 3가지 희망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국제 원유 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 차베스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부시 탓으로 돌리며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카스트로 의장이 죽고 쿠바가 베네수엘라의 준(準)섭정을 받게 된다면 차베스 대통령의 파워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또 미국이 연비가 낮은 자동차 구입을 줄이지 않고 대체연료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최근 나타나는 국제 유가 하락은 단기 현상에 그치고 차베스 대통령의 파워는 계속 빛을 발할 것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액은 지난해 316억 달러였으며 올해에는 37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차베스의 야망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