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스트 코리아 플라자 전경.
《왜?
정부가 외국기업투자를 유치하려고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건설한 ‘인베스트 코리아 플라자(IKP)’가 외국기업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IKP는 외국기업 전용 사무실 겸 지원센터다. IKP 운영주체인 KOTRA는 국내외 무역관, 외교공관, 외국상공회의소 등을 동원해 입주기업을 찾았지만 입주율은 현재 60%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 기업인들은 “위치와 교통이 나빠 다른 비즈니스센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임대료 평당 월10만 원
IKP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에 사무실과 각종 행정지원, 투자상담, 생활안내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산업자원부와 KOTRA가 총공사비 385억 원을 들여 최근 서초구 염곡동 KOTRA 사옥 옆에 완공했다.
가구가 완비된 사무실과 최신 화상회의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고 샤워실과 안마의자를 갖춘 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들어서 있다.
임대료는 평당 월 10만 원. 외국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의 사무실이 평당 월 50만∼60만 원 수준인 데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
그런데도 입주 실적은 기대 이하다. 사무실 38실 가운데 23실만이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이다. IKP 측은 공식 개소일인 다음 달 2일까지 입주율 100%를 맞춘다는 방침이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KP 측은 입주율이 낮은 데 대해 “외국인 투자가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황필구 IKP 운영팀장은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기존 기업의 추가 투자도 줄면서 입주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북한 핵실험까지 겹쳐 외국기업의 투자 의욕이 더 꺾였다.
○ “행정편의주의 발상”
실수요자인 외국 기업인들은 “위치 선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화문이나 삼성동 등 비즈니스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부동산 컨설턴트인 피에트로 도란 ‘도란 캐피탈 파트너스’ 회장은 “기업이 사무실을 고를 때는 위치가 1순위이고, 그 다음이 임대료와 빌딩의 질”이라면서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임대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IKP 측은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베스트 코리아(KOTRA 산하 외국인 투자 지원 기관)에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한 외국 상공회의소 임원은 “외국기업이 한국정부 조직과 가까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기업이 공공기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관(官) 중심의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