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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용훈 대법원장 뭘 위해 법조계 갈등 자초하나

입력 | 2006-09-22 02:59:00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방법원을 순회하면서 쏟아낸 발언들이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원장 자진 사퇴’ 요구까지 촉발하며 법조계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13일 광주 고법 및 지법에서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사법부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보조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이려는 문서”라는 말도 했다. 18일 대구 고법 및 지법에서는 “1960년 이후 법정에서 노래를 부르고 신발을 벗어 던지던 사람들이 지금 국정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19일 대전 고법과 지법에서는 “민사재판에서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고 공판중심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사법부 자체에 있으며, 따라서 사법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사법부가 독립을 지키지 못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정권에 맞서 투쟁한 사람들의 공로도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 현 정권 담당자들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인상을 준 것은 사법부 수장(首長)의 위상에 비춰 볼 때 부적절했다고 본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무거워야 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 1970년대에도 실정법이 엄연히 존재했고, 나름대로 소신 있고 정권의 행태에 비판적인 판사들이 적지 않았다. 사법의 과거사를 싸잡아 청산의 대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법원과 함께 법조 3륜(輪)을 구성하는 검찰과 변호사를 사법부 보조기관으로 비하한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검찰의 유감 표명까지 자초한 것도 사려 깊지 못했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그의 발언도 ‘법정에서 직접 진실을 가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이겠지만 부적절한 표현 때문에 퇴색하고 말았다. “검사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받아 놓은 조서가 어떻게 법정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라는 말부터 지나치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法諺)의 정신은 대법원장에게도 해당된다. 대법원장의 발언이 번번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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