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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편지/이주희]따로 보낸 휴가… 더 깊어진 가족사랑

입력 | 2006-08-21 03:00:00


해마다 7월 하순에서 8월 초순 사이에 집중된 우리 국민의 여름휴가.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시기에 휴가를 가곤 했다. 올해는 달랐다. 중학생인 아들 둘은 학원 일정에 맞추다 보니 7월 말에 이틀을 쉬었고, 필자가 일하는 학원은 정례적으로 8월 첫 주를 여름방학으로 정해 자연스레 내 휴가 일정이 됐다. 남편은 사정상 지난주에 휴가를 보냈다.

아이들은 휴가 일정에 맞춰 모 보험사가 시행하는 ‘○○생명과 함께하는 더불어 행복하기’ 캠프를 신청했다. 경기 양평군, 충북 제천시, 인천 옹진군, 경남 거제도의 장애인 시설에서 시각장애 또는 지체장애 청소년들과 2박 3일간 지내는 행사였다. 아이들에게 물었을 때 예견했던 대로 “그런 데를 뭐 하러 가느냐”고 했다. 나의 바람은 한 가지였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부자인지 스스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캠프를 마치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내년에 한 번 더 갈래요. 그리고 저와 짝이 되었던 (장애인) 형에게 가끔씩 가 보고 싶어요” 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은 많은 것을 얻어 왔다. 지금껏 많은 캠프와 체험활동을 보냈지만 이번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월 첫 주 학원방학을 맞은 필자는 사흘간 일, 아이, 남편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 불이 나거나, 응급실에 실려 갈 만큼 아프지 않은 한 전화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남 양산과 부산 쪽을 택해 크고 작은 사찰을 둘러봤다.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무는 나만의 72시간은 가장 소중한 여행이었고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또 달라져 있었다.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단다. 내 휴가 역시 성공적이었다.

남편은 고향으로 향했다. 본가가 조금 멀다는 이유로 부모님 생신과 명절 외에는 잘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부모님과 사흘을 지냈다. 도배를 다시 해드리고, 방충망을 바꾸고, 고장 나서 방치돼 있거나 쓰지 않는 농기구를 정리하고 나니 마당이 훨씬 넓어 보이더라나! 집에 돌아온 남편은 “명절 때가 아니어도 가끔씩은 양가 부모님을 찾아 봬야겠다”고 말했다.

각자 보낸 여름휴가. 하지만 가족애는 더 깊어지고 서로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주희 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