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 중 문제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만나 했다는 이 발언이 18일 공개되면서 그동안 정치권과 사정기관의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던 성인용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폭발했다.
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직접 이 말을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서 ‘바다이야기’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머지않아 모종의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6월 바다이야기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데 이어 이달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바다이야기 경품용 상품권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해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와 여당 의원 2명이 배후로 직접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오래 전에 내부 조사를 벌인 사실이 있으며 관련 리베이트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기 대선 자금용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경품용 상품권 누적 발행 규모는 금년에 22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1%의 리베이트만 챙겼다고 해도 2200억 원”이라고 말했다.
벌써 여의도 정가에는 바다이야기 게임기 제조업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 인허가 과정에 대통령의 측근과 여권 실력자들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감사원이 사행성 오락물에 대한 감사 방침을 밝힌 데다 검찰이 바다이야기 제조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집중 추적해 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조만간 ‘바다게이트’가 정가를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간부를 지낸 인사가 바다이야기 관련 업체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도 나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여권 관련 인사들의 개입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21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한다는 방침이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바다이야기 게임기 제조업체인 에이원비즈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등위가 허가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노사모 간부 출신 인사가 성인오락실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의 불법 유통 과정에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청문회 개최,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추진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