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기업의 광고 담당자들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미리 만들어 둔 광고를 집행할 수 없게 돼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5, 6개의 TV 브랜드 파브 광고가 통째로 사장(死藏)된다.
이 회사는 16강에 진출할 경우 맞붙게 될 H조의 4개국(우크라이나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별로 4개 버전의 광고를 미리 제작해 뒀다. 어느 나라가 16강에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다 만들어 뒀다.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나갈 한두 개 버전의 광고도 따로 있다.
현대카드도 16강 진출을 겨냥한 광고를 사전에 제작해 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나와 “16강에 오른 데 대해 한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들도 16강 진출 성공 또는 실패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버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
기업들은 16강 변수 외에도 상대국별, 경기 시간대별로 광고를 차별화하면서 광고 물량 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함성에 놀라 △초원의 말들이 도망가거나(토고) △에펠탑의 비둘기가 도망가고(프랑스) △알프스에 눈사태가 나는(스위스) 식으로 광고를 차별화했다.
SK텔레콤도 ‘토고 필승법’ 외에 ‘프랑스 필승법’ ‘스위스 필승법’ 광고를 미리 만들어 뒀다. LG전자 엑스캔버스는 경기 시작 전과 하프타임 광고를 다르게 내보내고 있다.
광고 선(先)제작이 늘어나면서 광고 심의를 담당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도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 심의기구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심의 건수가 20% 늘어났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