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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쟁화염”위협 속셈?…“南 보수정권 안돼” 노골적 간섭

입력 | 2006-06-12 03:41:00


북한이 ‘전쟁 위협’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반대’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안경호 서기국장은 10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6·15남북공동선언 6주년 행사 개막을 앞두고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 더구나 그가 민간대표단을 이끌고 이 행사에 참석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남한 정치에 본격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전쟁 화염’ 발언은 얼핏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간 특사 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했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당시 발언은 1차 북한 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움직임에 반대해 나온 것으로, 국내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과는 맥락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남한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통일이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내세워 남한 내 진보·개혁세력에 한나라당 반대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한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어져 온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기조가 흔들려 남측으로부터의 대규모 경제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남조선에서 반(反)보수 대연합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한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발언을 한 이래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지난달 18일 조평통은 ‘남조선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글을 통해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선거 당일인 지난달 31일 “선거에서 6·15를 지지하는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했다. 심지어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유신의 창녀’라고 비하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 기간에 경평(서울 평양) 축구 부활을 제안하자 “6·15 통일시대에 맞는 좋은 제안”이라며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 축구협회와 함께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하는 등 노골적으로 편을 들었다. 북한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평 축구 부활 제안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북한의 한나라당 반대가 일회성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쟁위협’ 발언에 대해 정부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나라당 등 소위 ‘수구세력’에 대해 비판을 해온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10일 발언도 내부용이지 대남 담화가 아니었다”며 “지나친 의미 부여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DJ, 6·15기념 축전서 개막연설

남북은 14∼17일 광주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6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을 연다.

이번 축전에는 남측 300명, 북측 130명, 해외에서 150여 명의 민간인이 참석한다. 또 남북 당국 대표단이 20명씩 참석할 예정이다.

북측 참가자들은 14일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로 광주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될 축전 개막식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막식 특별연설을 하고 남북 및 해외 합동 예술공연이 진행된다. 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환영 연회도 열린다.

15일엔 광주종합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6·15공동선언 실천 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6·15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 무등파크호텔에서 축하 연설을 한다.

16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체육 및 오락행사와 폐막식이 진행되고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북측 통일음악단의 공연이 열린다.

북측 참가자들은 17일 광주제일고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관한 뒤 평양으로 돌아간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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