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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오뚝이처럼 7전8기…미셸 위 성대결 컷 통과

입력 | 2006-05-06 03:02:00

男프로대회 첫 컷 통과소녀의 꿈은 마침내 영종도에서 이뤄졌다. ‘골프 천재 소녀’ 미셸 위(위성미·17)가 5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로 컷을 무난히 통과했다. 컷 기준 타수는 이븐파 144타. 남자프로대회 8번째 출전 만에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룬 미셸 위는 “톱10 진입은 물론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원대연 기자


여성에게 남자 골프대회의 벽은 높기만 했다.

내로라하는 여걸들이 남자 무대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 1945년 美 자하리아스 첫 성벽 넘어

성(性) 대결 원조는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로 194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로스앤젤레스오픈에 출전해 당당히 컷 통과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도록 ‘제2의 자하리아스’는 나오지 않았다.

2003년은 성 대결이 러시를 이룬 해였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수지 웨일리(미국)가 잇달아 PGA투어에 출전했으나 예선 탈락했다. 박세리(CJ)는 2003년 한국프로 SBS 최강전에서 컷 통과한 뒤 공동 10위에 올랐지만 한국 선수만이 출전했고 대회 코스가 7000야드 정도로 짧아 다소 빛을 잃었던 게 사실.

그래서 미셸 위(위성미·17)의 컷 통과는 사실상 자하리아스 이후 61년 만의 쾌거로 불릴 만하다. 코스 전장도 7100야드가 넘는 데다 아시아와 한국의 강호가 대거 출전했기 때문이다.

○ ‘여제’ 소렌스탐-웨일리도 번번이 실패

사실 여성은 남성과의 골프 맞대결에서 불리한 게 당연하다. 여성의 근력은 남성의 6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장도 LPGA 코스가 6500야드 안팎인 반면 PGA는 7200야드 전후로 거리차가 크다. LPGA 최강 소렌스탐, 일본여자투어에서 한 시즌 11승이나 거둔 미야자토 아이(일본)도 성 대결에선 맥을 못 췄다. 남자 대회에 홍일점으로 나섰을 때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 주위의 높은 관심도 부담스럽다.

미셸 위는 183cm의 큰 키에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남자 못지않은 ‘하드웨어’를 갖춘 데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에는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갤러리가 많으면 더 신이 난다는 미셸 위는 스포트라이트를 오히려 즐기는 편.

○ 마스터스에도 노크… 역사는 계속된다

새 이정표를 세운 그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린다. 올해 PGA투어 존디어클래식과 럼버84클래식에 출전해 컷 통과를 노리며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의 문도 계속 두드릴 각오. 역사를 바꾸기 위한 미셸 위의 큰 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셸 위 5언더 공동17위…무결점 샷 “우승할래요”

“마침내 해냈어요”
‘천만장자 골프 천재’ 미셸 위가 5일 SK텔레콤오픈 2라운드 5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버디는 4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은 미셸 위는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로 남자프로대회 8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컷을 통과했다. 인천=원대연 기자

열네 살 소녀가 3년 전 남자 프로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당시만 해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

예상대로 실패가 거듭되면서 이제 무모한 도전을 그만두고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다가선 끝에 마침내 7전8기의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천만장자 골프 천재’ 미셸 위.

한국프로골프와 아시아투어를 겸해 5일 인천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 72)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그는 1만 명에 가까운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3언더파 69타를 쳐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공동 17위에 올랐다.

컷 기준 타수(이븐파 144타)보다 5타나 적게 친 미셸 위는 2003년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이밀스오픈에서 처음 성대결을 벌인 뒤 공식 남자 프로대회 8번째 출전 만에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뤘다. 그것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국인 한국에서 첫 기록을 남겨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올라서면서 갤러리의 뜨거운 박수갈채에 환한 미소를 보낸 미셸 위는 경기 후 “컷 통과를 해 좋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어린이날을 맞아 갤러리와 아이들이 많이 오셔서 더욱 힘을 냈다. 톱 10과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투어에서 여자선수의 컷 통과는 사상 처음. 로라 데이비스(영국)와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한국프로골프대회로는 2003년 SBS 프로최강전에서 컷 통과를 한 박세리(CJ) 이후 두 번째.

미셸 위는 6일 오전 9시 50분 지난주 매경오픈 준우승자인 브라이언 샐터스(미국), 하미트 칼론(인도)과 3라운드 티오프를 한다.

미셸 위는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16번 홀(파 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세컨드 샷을 1m에 붙였으나 아쉽게 파 퍼트를 놓친 게 아쉬웠다.

2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미셸 위는 5번 홀(파 4)에서 5m짜리 버디 퍼트를 떨어뜨린 뒤 10번 홀(파 5)에서 가볍게 한 타를 더 줄였고 15번 홀(파 4)에서 다시 4m 버디를 잡아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챔피언 최경주는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5위에서 공동 23위(중간 합계 4언더파 140타)까지 밀렸다.

이언 스틸(말레이시아)과 쁘롬 메사왓(태국)이 공동선두(11언더파 133타).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셸 위 남자프로대회 도전사순서연도대회결과 82006한국 SK텔레콤오픈컷 통과72006PGA 소니오픈4타차 컷오프62005일본 카시오월드오픈1타차 컷오프52005PGA 존디어클래식1타차 컷오프42005PGA 소니오픈7타차 컷오프32004PGA 소니오픈1타차 컷오프22003PGA 2부투어 보이시오픈10타차 컷오프12003캐나다 베이밀스오픈5타차 컷오프

■이모저모

○…미셸 위 열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 보기 드물게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14번 홀과 15번 홀이 보이는 도로에 팬들이 미셸 위를 보기 위해 차량을 세워 두는 바람에 경찰차까지 등장한 것. 차량 이동을 지시하는 경찰이 사이렌까지 울리자 갤러리들은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경기 후 미셸 위는 “정말 웃겼다”며 재미있어 했다.

○…1, 2라운드에서 미셸 위와 같은 조로 경기한 김대섭(SK텔레콤)은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변명 같지만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긴장해서인지 이번 대회에서 샷 감각이 갑자기 없어져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셸 위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뛰어났고 찬스에 퍼트를 거의 안 놓치는 등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고 칭찬했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최경주가 어이없는 OB에 한숨을 쉬었다. 1라운드를 공동 5위로 끝낸 최경주는 5번 홀(파4)에서 핀까지 85야드를 남기고 친 세컨드 샷이 배수구 뚜껑을 맞고 튀어 올라 그린 뒤쪽 OB구역으로 사라져 더블보기를 했다. 기분이 상했던지 6번, 9번홀에서 보기를 추가한 최경주는 “배수구가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있다 해도 금속성 재질을 튀지 않게 인조 잔디 같은 것으로 덮어 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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