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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성선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입력 | 2006-04-06 03:00:00


달 하나 등에 지고 산도 하나 지고

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친

하늘을 지켜보다

하늘 안으로 사라져 들어간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가는 사내.

산에 닿아

짐 벗어놓고

돌아오지 않은 사내.

―시집 ‘이성선 시전집’(시와시학사) 중에서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간 사내, 사내 찾으러 저녁밥 짓던 행주치마 차림으로 물 속 길 걸어간 아낙, 아낙 찾으러 고무신 자국 따라간 늙은 아들, 늙은 아들 따라 졸랑졸랑 쫓아간 강아지, 강아지 찾아 어른거리던 구름한 조각, 길바닥에 괸 빗물 마르자 흔적 없네.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얼마나 고요한지 아무도 들은 이 없네.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얼마나 먹먹한지 아무도 들은 이 없네. 다만 해마다 봄비 내리면 앞 산 뒷 산 천 개의 꽃피는 소리로 돌아온다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