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삼수 끝에 입학한 신입생 한모(21) 씨가 자신보다 한 학번이 높은 선배 김모(20) 씨에게 말을 놓다가 시비가 벌어졌다.
이처럼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에선 ‘학번 대(對) 나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이가 어린 선배에게도 존칭을 하는 과거의 위계질서가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포털 사이트와 각 대학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글이 자주 올라온다.
요즘 대학가에는 ‘늙은’ 후배가 적지 않다. 재수생은 물론 3, 4수생 등 ‘장수생’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
연세대의 재수 이상 신입생 비율은 2001년 20%대에서 올해 43%로 크게 늘었다.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재수 이상 신입생 비율이 30% 중반을 훌쩍 넘었다.
여기에다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도 뜸해져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소속감이 낮다. 학과 대표가 없어 같은 계열의 다른 과 학생이 임시 과대표를 맡는 일도 흔하다. 연대의식이 낮아지면서 선후배를 따지는 일도 줄어들었다.
경희대 박정민(25) 총학생회장은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을 위한 스터디그룹형 동아리는 회원의 실력과 관심사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학번에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성재호(成宰豪) 학생처장은 “학번 문화의 해체는 권위주의가 무너지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대학 특유의 문화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