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중소형주 투자 종목을 고를 때 외부 추천을 받았으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동반자인 Y 씨 소유 Y기업은 내부에서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직원공제회 자금운용본부 장용남 투자1팀장은 8일 “지난해 4월 8, 9개 증권사에 부탁해 16개 중소형주를 추천받았고 나머지 4개 종목은 내부에서 자체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이어 “자체 검증을 거쳐 13개 중소형주를 추가 투자 대상 종목으로 확정했다”며 “이 가운데 Y기업과 하림은 내부에서 고른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13개 중소형주 가운데 실제로는 Y기업과 하림, 유진기업 3종목에만 투자하고 나머지 10개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투자 금액은 Y기업 102억 원, 하림 18억 원, 유진기업 2억 원으로 유독 Y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많다.
교직원공제회는 2월 말 현재 55개 종목에 모두 9305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코스닥 기업 주식에 투자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장 팀장은 “3종목을 뺀 나머지 10개 중소형주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보여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를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직원공제회는 6월 이후에도 Y기업 주식 약 100억 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장 팀장은 “Y기업 대표 Y 씨가 주가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투자 시작 4개월 뒤인) 지난해 9월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불공정 매매, 시세 조종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종목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내부 투자규정(주식투자 제한 기준)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교직원공제회 Y기업 투자 과정 의문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친 Y 씨 소유 Y기업은 어떻게 해서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투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8일 교직원공제회 측이 밝힌 투자 결정 과정은 지금까지 제기돼온 의혹을 풀어주기는커녕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외부에서 추천받은 종목을 제쳐두고 Y기업 등 자체 판단으로 선택한 종목에 중점 투자했기 때문이다.
○ Y기업 투자는 내부에서 선택했다
교직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으로 들어가자 중소형주 투자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좋은 중소형주를 고르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대형주만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직원공제회는 8, 9개 증권사에 중소형주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용남 투자1팀장은 8일 “이렇게 해서 증권사들로부터 16개 종목을 추천받고 이와 별도로 내부에서 4개 종목을 선택했다”면서 “Y기업은 증권사로부터 추천받은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선택한 4개 종목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렇게 추린 20개 중소형주 가운데 이미 투자를 하고 있거나 투자할 예정인 5개 종목과 거래량이 적은 2개 종목을 제외하고 13개를 추가 투자종목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실제로 투자를 시작한 종목은 Y기업, 하림, 유진기업 등 3개뿐이었다. 이 중 유진기업은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이고 Y기업과 하림은 내부에서 선택했다.
결국 외부 추천을 받은 16개 종목 가운데는 유진기업만 남은 셈이다. 그나마 유진기업은 이후 주식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에 현재 교직원공제회가 갖고 있는 중소형주는 내부에서 선택했던 Y기업과 하림뿐이다.
특히 Y기업에 대한 총투자액은 102억5376만 원으로 하림(18억 원)이나 유진기업(2억 원)에 비할 바 아니다.
○ Y기업 주가조작 사실은 언제 알았나
장 팀장은 “(지난해 5월) 투자를 시작한 뒤 7, 8월경 증권사에 Y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요청했고 9월에 보고서를 받았다”면서 “Y기업 대표인 Y 씨가 주가조작을 했던 사실을 보고서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직원공제회가 스스로 밝힌 주식매매 현황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이 보고서를 받은 뒤에도 Y기업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9월에 7회에 걸쳐 36만3725주, 10월에는 6회에 걸쳐 46만6275주를 각각 매입했다. 이 사이 Y기업 주가는 8월 말 3160원에서 10월 13일 5240원까지 뛰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 2월 말 현재 55개 종목에 9305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Y기업 등 3개 종목에 투자한 뒤에는 추가투자 종목이 없다. 지분을 보유 중인 Y기업과 하림이 현재로서는 마지막에 투자한 종목이다.
○ 투자결정 절차에 빈틈은 없나
교직원공제회 내 자금운용부는 주식팀, 채권팀, 리스크관리팀으로 구성된다.
주식 투자대상 종목 선택은 1차적으로 주식팀(팀장 포함 8명)에서 한다. 이어 리스크관리팀(팀장 포함 8명)이 주식팀이 선택한 종목을 넘겨받아 재검증을 한다.
이를 통과하면 자금운용 담당이사가 위원장이고 팀장 3명, 과장 4명으로 구성된 투자전략위원회에 상정해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이사장에게는 사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제도적으로는 이사장이 개입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사장이 담당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Y기업처럼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외부 추천 없이 내부에서 투자를 결정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