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황우석 신화를 지켜보는 국민은 허탈하다. 성과 위주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황 교수 연구팀의 고의적 논문 조작은 진실을 추구하는 절차와 윤리를 무시하고 조급하게 성과에만 매달린 데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직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 화근(禍根)이었다. 임상실험을 거쳐 난치병의 치료까지 가려면 숱한 난관을 뚫어야 하는데도 황 교수는 곧 실현될 것처럼 과장해 환자와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 주었다.
황 교수가 정치권과 지나치게 밀착한 것도 과학자의 정도(正道)는 아니었다. 논문과 직접 관련 없는 대통령보좌관을 공동저자에 포함시킨 것도 그렇다. 황 교수는 연구실에 파묻힌 과학자라기보다는 대중스타처럼 과학 외적 활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업적에 대한 정부의 과잉 기대와 검증 소홀도 ‘뻥튀기’를 부채질했다. 청와대가 논문에 제시된 줄기세포의 오염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보고받고도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킨 한 요인이다. 이는 정부의 문제대응 능력이 취약함을 보여 준 것이다.
국민이 황 교수팀에 지나친 기대를 갖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세계 최초’에 현혹돼 황 교수 측 발표를 받아쓰기에 바빴던 나머지 검증에 소홀했고 과학계 일각의 문제 제기를 소홀하게 넘겨 버렸다. 취재윤리를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MBC ‘PD수첩’팀이 진실 발견에 기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일부 과학계는 황 교수의 연구가 부풀려진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아 결국 기만극을 방조했다. 그나마 젊은 과학인들이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과학계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황 교수가 퇴장하더라도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가 시들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실제 존재하는 기술과 조작된 허위를 명백히 구분해 줄기세포 연구의 맥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는 거짓 신화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떤 실수와 실패를 했는지,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국가적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본보 역시 황우석 파동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