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외교 정부독점 끝났다…비정부단체들 ‘외교市場’ 적극참여

입력 | 2005-12-23 03:04:00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보건장관회의에서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 기업인이 WHO 회의 연설자로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 세계 보건정책에 미치는 게이츠자선재단의 막강한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1년여 동안 옛 소련 지역을 휩쓸었던 다양한 ‘색깔 혁명’의 숨은 공신은 미국 정치컨설팅 회사들. 이들은 여론 조사,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 각종 마케팅 기법으로 효율적인 시위 활동을 조직하며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미국 외교정책 수립에서 정부가 독점적 역할을 수행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부와 경쟁하며 외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비정부단체(NSA·Non-State Actor)’가 급증하고 있다고 월드폴리시저널 최근호가 분석했다. 개인, 기업, 사설 군대, 시민단체 등 민간 부문이 적극 참여하는 ‘외교정책 시장’이 형성된 것. ‘시장’에서 활동하는 만큼 NSA는 이윤 추구든 자선 활동이든 자체적인 목적 달성이 최우선 목표다.

이 시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부산해졌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 방지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 경제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고 인터넷 등 통신기술의 발전이 NSA의 참여를 용이하게 해 준 덕분이다. 외교정책 시장에서 활동하는 NSA는 1990년대 중반 700∼800개에서 지난해 3500여 개로 급증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미국 사설 군대 조직들은 대표적인 NSA로 꼽힌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對)테러전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미국 사설 군대는 1000여 개로 50여 개국에 걸쳐 있다.

NSA의 대정부 관계는 완전한 협조형, 선택적 협조형, 정부 주도형, 어젠다 설정형, 갈등형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만큼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NSA는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는 ‘비정부기구(NGO)’와는 큰 차이가 있다.

마이클 코언 조지아대 교수는 “2000년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NSA의 외교적 영향력이 급증했다”면서 “정부는 좋든 싫든 NSA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하며 ‘공생’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