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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속에 불꽃놀이…얼빠진 전북도청

입력 | 2005-12-22 15:36:00


사상 최악의 폭설로 ‘눈 지옥’에 빠진 호남지역에 때 아닌 대규모 축하행사가 열려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전라북도는 21일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 승소판결을 축하하는 대규모 축하행사를 벌였다. 이날 도청이 위치한 전주시 완산구 일대는 하루 종일 풍물놀이와 불꽃놀이 등으로 떠들썩했다.

‘고법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거리 곳곳에 내걸렸으며 오후 5시 도청 앞에서는 ‘새만금 완공 기원탑’ 점등식이 열렸다.

그러나 같은 날 호남지역 곳곳은 ‘눈 폭탄’으로 불릴 정도의 폭설이 내려 지옥을 방불케 했다.

호남지역을 지나는 4개의 고속도로에서는 수천 대의 차량이 눈에 갇혀 10시간가량 꼼짝하지 못했다. 농촌 마을들은 고립됐고 700여개의 학교가 임시 휴교를 결정했다.

또 눈을 치우던 40대 공무원이 하우스가 붕괴되면서 사망했고, 복구가 늦어지면서 피해액이 2000억 원을 넘는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호남 서해안지역을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 정하고 지원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축하행사를 벌였고, 이런 소식이 도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현재 전북도청 홈페이지에는 새만금 축하행사를 비난하는 도민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도민은 ‘폭설 피해 속에 불꽃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21일 저녁 무렵 ‘펑펑’ 울려대는 불꽃놀이 소리에 깜짝 놀랐다. 처음엔 이 폭설에 무슨 일 일까 했는데, 새만금 축하행사였다”며 “고창과 정읍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다 잃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달려가 위로는 못할망정 불꽃놀이를 하다니,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도민도 “이번 새만금 사업 재개는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연일 계속되는 한파와 폭설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런 때에 축하행사를 하는 지방정부가 상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이날 전북도청에는 “폭설피해를 축하하는 것이냐. 뭐하는 짓이냐”는 항의전화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 관계자는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돼 도민과 추진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표현으로 축하행사를 마련했다”며 “22일엔 순수하게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 행사와 자선단체의 공연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현재 호남지역 폭설피해는 전남 1558억원, 광주 56억원, 전북 433억원 등 모두 2047억여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상청은 23일까지 최고 10㎝ 안팎의 눈이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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