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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시행 퇴직연금제 살펴보니 稅혜택 적어 반응 '시큰둥'

입력 | 2005-12-01 03:00:00


《“결혼식장은 축하 분위기인데 정작 신랑 신부의 얼굴에는 냉기가 돌고 있다. 신랑 신부가 식장에 나타날지도 자신 못한다.”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금융보험학) 교수는 지난달 28일 열린 퇴직연금제 관련 심포지엄에서 퇴직연금제 시행을 이렇게 비유했다. 당사자인 사업주와 근로자(노조)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는 것. 퇴직연금제가 1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끗했다. 아직 사업자 선정과 상품 인가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인 시작은 잘해야 19일 이후나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퇴직연금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 오히려 퇴직 일시금이 낫다?

퇴직연금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은 연간 300만 원. 여기엔 개인연금 가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240만 원이 포함돼 있다.

결국 세제 혜택은 고작 연간 60만 원 늘어나는 셈.

이 정도로는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 교수는 “오히려 현행대로 퇴직 일시금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금을 탈 때도 비슷하다. 연금 기초공제를 6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렸지만 이는 퇴직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친 것이어서 있으나 마나한 혜택이라는 것.

세제 개편안은 오히려 현행 퇴직 일시금에 대한 기초공제율을 50%에서 45%로 낮춰 퇴직연금에 ‘당근’을 주는 게 아니라 퇴직 일시금에 ‘채찍’을 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융 감독당국과 금융계는 정부에 세제 혜택을 늘려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稅收)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나중에 못 받을 수도?

퇴직연금제는 근로자가 현재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미래에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는다는 계약이다. 이 때문에 퇴직 때 수급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퇴직연금제는 완벽한 수급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퇴직연금의 한 형태인 확정급여형(DB)은 사업주가 적립금의 60% 이상만 사외에 적립하면 된다. 사업주가 제때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예금보험공사 이민환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퇴직연금을 100% 사외에 적립하도록 돼 있다”며 “연금보장기구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도 문제다.

사업주가 금융회사에 맡긴 적립금은 기관 예금으로 분류돼 근로자 수나 전체 금액에 관계없이 5000만 원밖에 보호받지 못한다.

○ 연금이 아니라 저축?

지금의 퇴직연금제에는 연금계리가 도입되지 않았다.

연금계리란 임금상승률, 퇴직률 등의 변수를 따져 장래에 지급될 예상 퇴직급여를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달 쌓아 나갈 부담금을 산출하는 방식.

따라서 연금계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부담금을 정확히 산출하기 힘들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험개발원 유건식 연구위원은 “연금계리 없는 연금은 저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아직 연금계리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 권병구 기업연금팀장은 “퇴직연금제도가 기존 제도와 큰 차이가 없고 세부사항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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