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쑹화(松花) 강 벤젠 오염 사고의 공포가 러시아로 번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시는 30일부터 4일 동안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달 3일까지 냉온수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가정마다 5일분의 식수를 저장해 둘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카밀 이스하코프 대통령전권대표 주관으로 특별비상회의를 열고 하바로프스크 시와 예브레이스카야 자치구 당국에 매일 2차례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도 의회 차원의 조사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일부 의원은 중국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혼란을 우려한 일부 하바로프스크 주민은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중국에서도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시민들의 불안이 25일에도 계속됐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특히 벤젠 오염으로 하얼빈 시의 겨울철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 국영 TV 등 관영 매체들은 하얼빈 시의 혼란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하얼빈 시를 빠져나가려는 인파로 25일의 기차표와 항공권이 전날 아침에 매진됐으며 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쑹화 강변에 접근하지 말고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당분간 창문도 열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하얼빈 시는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기존 917개 외에 100개의 우물을 굴착 중이며 수백만 병의 음료수도 반입 중이라고 발표했다. 시 당국은 국무원이 파견한 수리부, 환경보호총국 등 전문가들의 조사 및 처리가 마무리되는 28일부터 수돗물 공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오염의 파장이 생각보다 심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케네스 렁 홍콩대 교수는 “벤젠이 강 퇴적물에 섞여 있다가 물고기를 통해 먹이사슬로 유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