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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도 ‘이중플레이’…DJ측에 입 다물고 盧정부 비난

입력 | 2005-11-17 03:08:00


검찰 수사 결과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주요 인사 1800여 명의 명단을 작성해 조직적으로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나라당은 DJ에 대해 말이 없다.

오히려 “특정 정권에 대한 흠집 내기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DJ를 옹호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있다.

한나라당이 2002년 대통령 선거 전에 국정원의 도청 녹취록을 공개하며 DJ 정부의 ‘정치 사찰’을 강력 비난했던 것에 비춰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나라당은 DJ 대신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전날 청와대가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한 것을 겨냥해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간섭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노 대통령이 DJ 정부 시절에 조직적인 기관 차원의 도청은 없었다고 한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호남 지역의 사업예산 확보에 힘쓰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하는 등 호남 민심 얻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박 대표가 14일 동교동을 방문해 DJ에게서 “잘하고 있다. 앞으로 큰 포부를 갖고 나가라”는 덕담까지 듣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뻔히 속이 보이는 눈치 보기인데 그런다고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잘못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