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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입력 | 2005-09-24 03:12:00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고든 리빙스턴 지음·노혜숙 옮김/240쪽·1만 원·리더스북

정보들이 눈부신 속도로 오가는 시대다. 하지만 삶의 지혜를 담은 따스한 목소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인생에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최근 많이 나오는 이유다. 이 책도 그런 부류의 하나다. 하지만 지은이가 참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살아 온 것 같다.

예순 살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고든 리빙스턴은 과거 13개월 사이에 두 아들을 잃는 불행을 겪었다. 그가 수술을 위해 골수까지 제공해 준 막내는 여섯 살 때 끝내 백혈병으로 숨졌다. 리빙스턴은 3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심리치료를 해 왔지만 정작 자기 큰아들은 조울증에 걸려 꽃다운 대학 시절에 자살을 택했다. 리빙스턴은 이런 일들을 고스란히 다 털어놓는다. 게다가 그는 “서른네 살이 돼서야 내가 입양아였다는 걸 알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군의관으로 베트남전쟁에 나가 총상을 입고, 훈장까지 탔지만 참상들을 본 끝에 결국 반전주의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는 갖가지 신산 난고에서 나온 삶의 지혜와 진실을 참 알기 쉽게 들려준다. 모두 30개의 조언이 나온다. “세상에 실망할 수는 있지만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완벽주의가 좋은 인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0번의 변명을 하느니 1번의 모험을 하는 게 낫다” “지금 여기서 좋은 게 영원히 좋으리란 법은 없다”처럼 평범하지만 소중한 조언들이다.

이런 조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참 겸손하다. 자기가 잘못했던 일까지 말하는 솔직함이 있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도 있다. “아무리 도와줘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는 우울증 환자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그들이 우울한 감정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봅니다. 혹시 우울한 기분을 계속 품고 있으면 언제든 자신에게 불행이 닥쳐도 그것 때문에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서 자신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비상한 용기 없이는 불행의 늪을 건널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겸손하면서 지혜로운 조언들이 갖는 설득력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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