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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문학의 숲을 거닐다’

입력 | 2005-07-23 03:05:00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지음/340쪽·1만2000원·샘터

2008년도 서울대 입시안으로 논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당연한 여파로 독서는 이미 발등의 불이 되었지만 책 읽기는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하다. 한없이 멀고 막막한 책 읽기를 감동과 즐거움으로 바꾸어줄 길잡이로 이 책을 추천한다.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들을 묶은 이 책은 서양의 고전을 최대한 알기 쉽게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독자의 눈높이란 수준을 낮추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고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저자는 자잘한 삶의 일상들을 무한한 사색의 깊이와 폭을 지닌 고전과 연결시킨다. 자칫 지루한 문학 사전이나 따분한 교훈서가 되고 말았을 이야기들은 덕분에 우리의 현실이 되고 힘이 되고 대안이 된다. 말로만 듣고 이름이나 겨우 외우고 있는 낯선 작품과 작가들이 “아! 이런 책이구나. 음!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손에 잡힐 듯하다. 일상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풍부한 독서가 밑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학이 논술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은 문학이 올바른 삶을 찾기 위한 과정인 것처럼,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가 논술의 목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과학의 진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멋진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카프카의 ‘변신’은 한 마리 벌레처럼 기능적 삶을 강요하는 현대 문명의 실체를 보여주며, 아서 밀러 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족에게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자살하고 만 아버지의 깨진 꿈을 얘기한다. 물질만능주의 속에서도 순수함과 낭만을 잃지 않은 개츠비나,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기 위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꿈과 이상은 또 어떤가?

무엇보다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사랑을 가르친다. “논리보다 앞서서 우선 사랑하는 거예요. 사랑은 반드시 논리보다 앞서야 해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도 알게 되죠”라는 알료샤의 말(‘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우리는 가슴속에 새겨 둬야 한다. 사랑 없는 논리만큼 삭막하고 공허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