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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왜 냈나

입력 | 2005-07-01 03:11:00


삼성그룹 3개 계열사가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대기업 정책의 적법성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소송 당사자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은 공정거래법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그룹에 속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맞받아쳐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은 작년 말 개정될 때도 여야가 위헌 논쟁을 벌였다.

○삼성 “외국계자본과 형평 안맞아”

삼성이 헌법소원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한 이유는 그룹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현재 삼성생명(7.99%) 삼성화재(1.39%) 삼성물산(4.43%) 등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李健熙)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모두 합해 17.72%. 반면 외국계 지분은 54.13%다.

2008년 4월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15%로 축소되면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삼성 측 논리다.

외국계 자본은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 소송 대리인인 율경법률사무소 황도수(黃道洙) 변호사는 “금융계열사는 고객 돈 이외에 자기자본도 갖고 있는데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의결권 행사 제한에서 벗어나려면 비(非)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늘려야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 10%를 사려면 약 7조2000억 원이 든다. 삼성 비금융계열사의 출자여력은 약 2조 원(삼성전자 제외)이다.

○공정위 “M&A노출 주장은 엄살”

공정위가 작년 말 공정거래법을 개정한 취지는 그룹 금융계열사가 고객 돈으로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사서 대주주의 지배력을 뒷받침해서는 안 된다는 것.

공정위는 삼성의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 “헌법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119조 2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적대적 M&A에 노출된다는 주장도 ‘엄살’이라고 일축했다. 의결권 제한과 상관없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한번도 없었다는 것.

공정위 이석준(李錫準) 기업집단과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을 교체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외국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외국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히 분리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누구 편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자산 2조 원 이상인 55개 그룹에 적용된다. 그런대도 유독 삼성이 반발하는 이유는 지배구조와 관련돼 있기 때문. 삼성그룹은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대주주 기준)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여서 지배구조가 안정적이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금융계열사 비중이 적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논란이 된 법조항▼

삼성그룹이 위헌 요소가 있다고 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항은 제11조 및 제66조로 지난해 말 개정됐다.

제11조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그룹)의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다른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몇 가지 예외를 둬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정관 변경 △합병 및 양도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할 때는 총수나 다른 비(非)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합쳐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부칙에는 현재 30%인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한도를 내년 4월 1일부터 매년 5%씩 3년간 줄인다는 경과규정을 뒀다. 따라서 2008년 4월 1일 이후에는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금융 계열사 15%, 총수 및 비금융 계열사 25% 등 모두 40%라고 할 때 지금은 30%를 초과하는 금융 계열사 지분 10%만 의결권 행사가 제약되지만 앞으로는 금융 계열사 지분 15%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다만 총수나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은 15%가 넘더라도 의결권이 인정된다. 제66조는 이 같은 규제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