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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스타와 돈

입력 | 2005-06-30 03:14:00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영화 ‘친구’ 속에 나온 말이다. 네이버가 뽑은 한국영화 최고의 명대사 2위일 만큼, 한국인의 기(氣)와 정서를 건드린 대사이기도 하다. 영화가 ‘대박 조짐’을 보이던 4년 전 곽경택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연출료 3500만 원, 시나리오료 150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거 받고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짐짓 물었더니 곽 감독은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달라선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영화 하고 싶어 죽겠을 때 선뜻 받아준 제작자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를 포함해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이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친구’는 2001년 한국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모두의 초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은것 같다. 후속작품 과정에서 배우가 투자제작사를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알고보면 다 사정이 있는 법이지만 발단이 어찌됐든 한번 떨어진 이미지는 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돈이 얽히면 치사한 추문으로 남기 쉽다.

▷충무로에 활극 시리즈가 한창이다. 영화 ‘공공의 적’을 만든 강우석 감독이 먼저 총을 뽑았다. 배우들이 너무 돈을 밝혀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거다. 이어 영화제작자들이 연합군 회견에서 스타를 앞세워 지분을 요구하는 일부 연예기획사를 비난했다. 정치인도 “강호결투가 아닌 휴먼드라마로 결론이 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거들었다. 배우 최민식 송강호 씨는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며 강 감독의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강 감독도 사과했다. ‘한류(韓流)우드’가 뿌리를 내리려는 마당에 총기난사라니, 극적 반전(反轉)치고는 잔인하다.

▷안성기 씨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국민배우’다운 말을 했다. 40여 년 연기하며 얼마 이상 달라거나 개런티가 적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존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열심히 연기하고 영화를 사랑하면 돈도 따라온다는 게 자신이 믿는 진리란다. 아무튼 스타와 배우를 가려가며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영화인들의 몫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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