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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총회로 다시 불거진 언론관련법 문제점

입력 | 2005-06-03 03:07:00


▼언론피해구제법▼

언론학자들은 언론피해구제법이 신문법 못지않게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방송사와 신문사는 언론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해 사내에 ‘고충처리인’을 두도록 한 규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충처리인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어 편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고충처리인은 언론의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사실이 아니거나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보도에 대한 시정권고, 구제를 요하는 피해자의 고충에 대한 정정·반론보도 또는 손해배상 권고 등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언론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고충처리인의 권고를 수용해야 하고 활동 내용도 공표해야 한다.

고충처리인은 언론사의 편집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고 손해배상 권고처럼 사실상 사법기관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고충처리인을 두지 않으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 보도에 대한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것도 언론사의 책임만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이 있다. 언론중재위는 보도 내용이 국가적 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심의해 해당 언론사에 시정을 권고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공표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사회적 법익이 과연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이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언론중재위에 맡겨져 있지만 판사 변호사 언론인 등이 모인 언론중재위가 중립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법익 위배 여부를 판단할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결국 언론중재위가 보도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상시적 사후 검열과 다름없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보도 내용의 명예훼손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정권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원칙에도 어긋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시정권고 신청을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만약 특정 언론의 논조에 반발하는 일부 정치적 집단 등이 집요하게 시정권고 신청을 한다면 언론의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한 제4조의 ‘언론보도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5공 시절 언론기본법에 포함됐던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공정성 객관성과 사회윤리 위배를 누가 판단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언론이 자율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을 법으로 규정해 상황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의 내용과 문제점법 및 시행령 조항내용문제점고충처리인 -언론사 내에 두지 않으면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언론침해 행위 조사, 보도 피해자의 정정
반론보도와 손해배상 권고 등의 권한 보유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 편집권 침해 우려

언론중재위 시정권고-국가적 사회적 법익에 위반될 때 시정권고
-제3자도 신청 가능
-시정권고 내용 외부 공개 가능-국가와 사회의 법익이 무엇인지 애매
-제3자가 특정목적으로 시정권고 신청할 때 보도 위축 우려시장점유율 제한-시장점유율이 1개사 30%, 3개사 60%가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지위 남용시 과징금 부과 및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공정거래법상 75%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신문만 60%로 낮춤 편집위원회 구성-구성하지 않으면 신문발전기금 지원에서 배제-편집위 구성을 사실상 강제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신문법▼

신문법 16조는 신문사의 경영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신문사는 발행부수, 판매부수, 구독료, 광고료 등 핵심 경영자료를 신문발전위원회에 매년 신고해야 한다. 이는 사기업인 신문사의 영업 기밀 사항까지 정부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신문사를 공기업과 같이 정부의 감독 아래 두겠다는 뜻과 같다”고 지적한다.

이번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논란이 된 시장 점유율 제한 규정도 자유로운 신문 선택을 막아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시장 점유율 조항은 일간지 시장점유율이 1개 신문사 30%, 3개 신문사 합계 60%가 넘을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그 지위를 남용할 경우 매출액의 3%의 과징금을 물리고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언론운동진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신문에 대해 발행부수 제한 등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문사는 점유율이 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판촉이나 신문 확장을 주저하게 돼 사실상 점유율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문사끼리 합병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작하지 않는다면 굳이 시장 점유율을 정부가 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론 다양화를 위해 점유율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도 여론은 신문만이 조성한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언론재단이 2004년 전국 1200명의 남녀에게 ‘여론이나 의견의 동향을 알기 위해 이용하는 매체’를 조사한 결과 TV가 49.4%, 인터넷 14.5%, 신문 13.3% 순이었다. 메이저 3개 신문사가 일간지 시장의 70%를 차지한다고 해도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여론 영향력은 산술적으론 10%에 불과한 셈이다. 오히려 전체 방송의 70%를 차지하는 지상파 3사의 방송 독점이 더 우려되는 현실이다.

신문법에는 편집위원회의 설치를 신문사 자율에 맡긴다고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이 문제다. 시행령에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을 편집위를 구성한 신문사로 한정해 사실상 편집위 설치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행령에 편집위의 구성 방식을 ‘노사 동수’ 등 구체적으로 정해 그 자체로 자율 설치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