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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톡옵션 비중 대폭 줄인다

입력 | 2005-05-19 02:59:00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보다는 연봉으로.’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보상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일부 상장 계열사의 임원과 부장들에게 주던 스톡옵션을 줄이는 대신 이익분배금(PS)이나 생산성격려금(PI)을 지급해 연봉을 올려주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는 18일 “삼성전자 일부 임직원은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가 많다”면서 “계열사간 성과급이 극심하게 차이가 나 보상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우선 삼성전자 등 상장 계열사에서 지급하던 스톡옵션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외부 핵심 인재를 발탁할 때도 스톡옵션을 줄일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그룹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하지만 지나친 격차는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 안에서는 일 잘하고 성과를 많이 내는 임직원들에게 주는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금융 계열사의 한 부장은 “삼성전자는 워낙 회사가 좋아져 이익을 많이 내지만 금융회사는 실적이 부진해 삼성에 다닌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구조조정본부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소속 계열사가 서로 달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말이 되면 소속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라 월급봉투가 천차만별이어서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李健熙) 회장도 삼성전자에 스톡옵션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스톡옵션의 위력과 부작용이 이만큼 셀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삼성의 보상체계 개편 움직임은 이제 스톡옵션의 부작용에 대해 대처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스톡옵션제도 시행 초기 삼성전자의 경우 주당 평균 10만 원의 차액을 낸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장급에게 1만 주를 주면 많아야 10억 원 정도의 차액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액이 이보다 훨씬 커졌다.

그룹의 방침에 대해 ‘떡’이 줄어드는 삼성전자에서는 보상체계 개편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보상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스톡옵션을 너무 줄여버리면 일할 맛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