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미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에서 성공이 온다고 했다. 어머니는 내게 꿈을 심어 줬고, 아버지는 그걸 이룰 방법을 일러 줬다.’ 부자의 아들도, 상류계급 출신도 아니지만 ‘노동의 종말’ 등 베스트셀러를 써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회고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은 역사학자 제임스 트루스로 애덤스가 1931년에 낸 ‘아메리카의 서사시’에 처음 등장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책 제목으로 하고 싶었지만 “꿈이나 읽겠다고 3달러 50센트를 지불할 미국 남자는 없다”는 출판사의 반대로 포기했다. 그러나 애덤스는 “끝까지 꿈을 잃지 않는 게 진짜 미국인”이라고 갈파했다. 실제로 아메리칸 드림은 오늘의 슈퍼파워 미국을 만든 에너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13일자)과 뉴욕타임스(15일자)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종’을 다룬 특집기사를 잇달아 실었다. 두 신문은 공통적으로 빈부격차 확대, 계급과 빈곤의 세습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미국인 셋 가운데 하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어서란다. 리프킨은 물질적 성공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럽이 미국의 대안(代案)이라는 뜻을 담은 책 ‘유러피안 드림’을 지난해 말에 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민자들이 몰리는 곳은 미국이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 국경 잘 넘는 법’이라는 팸플릿까지 냈다. 멕시코인들이 미국에서 벌어 본국으로 부치는 돈이 한 해에 무려 140억 달러다. 잘하면 ‘제2의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도 낳을 수 있다. 곤잘러스 장관은 멕시코 이민노동자의 아들이다. 미국에서 계급 대물림도, 계급 이동도 신분상속 이전에 교육과 이를 통한 실력의 결과로 이뤄진다는 건 여전히 희망이다. ‘로또 드림’이나 ‘운동권 드림’ 말고는 꿈을 말하기가 점점 척박해지는 한국보다는 미국이 아직은 기회의 땅이라고나 할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