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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여성사제 나올까…북미-유럽 “여성신자 역할 늘어”

입력 | 2005-04-14 18:49:00


과연 여성도 가톨릭 사제가 될 수 있을까.

AP통신 등 외신은 차기 교황을 뽑는 회의(콘클라베)가 다가오면서 여성 사제 서품을 허용하라는 진보적 가톨릭 신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동안 진보적 신자들은 교회를 ‘부계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성차별 조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나이가 평균 68∼69세인 남성들로만 구성된 추기경단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자체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들은 남성 사제 수가 점점 줄고 평신도 사이에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현실을 교황청은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주로 북미나 유럽 지역 신자들의 주장이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많은 여성 평신도들이 정규직으로 교회에 근무하고, 사제가 없는 교회에서는 성체 성사 집전 등 사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교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신자들은 여성 사제 서품 요구에 별 관심이 없다.

제3세계의 여성들은 빈곤과 보건 등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바쁘기 때문. 더구나 이들은 일반적으로 신앙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또 여성들 스스로 활동 영역을 육아 같은 ‘전통적인 영역’에 국한시키고 있다.

차기 교황이 전임자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런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가톨릭신학회의 전임 회장이자 현재 보스턴칼리지 신학교수인 리사 카힐 씨는 “변화는 꼭대기(교황청)로부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풀뿌리 교회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결국은 바티칸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