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어른 자격’을 박탈당해야 할 어른들

입력 | 2005-04-13 21:04:00


자식 가진 사람들은 어제 가슴이 미어지면서 한편으론 분노가 치솟는 경험을 해야 했다. 아이들 돌보는 직분을 가진 어린이집 원장이 여덟 살, 아홉 살짜리 자매가 외상으로 빵을 사먹었다는 이유로 눈자위에 피멍이 들고 머리가 찢기도록 폭행을 했다.

전북 14개 중고교 식당에서는 학생들이 밥을 먹고 또 먹거나, 급식비를 안 내고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지문인식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밥을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많은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지문을 찍게 하는지, 귀한 자식을 이런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지문인식기 1대 값 150만 원이면 급식비 못낸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한창 크는 청소년들이 양껏 먹게 해 줄 수 있는 돈이다. 식당 관리를 편하게 하자고 살벌한 기계를 설치한 교장과 교사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 자식이라도 그렇게 할 텐가.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도 없지는 않다. 친자식이든 아니든, 어른이라는 힘과 권위를 이용해 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폭행하는 것은 일진회나 조직폭력배보다 무섭고 잔인하다. 교사의 직위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약점’을 잡고 학교 운영을 비교육적 비합리적으로 하는 것도 물리적 폭력 못지않은 학대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인가. 나이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어른들이 아이들 가슴에 못을 박고 이 사회를 더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자격 없는 어른한테 학대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떤 성품을 갖고 미래 사회에 어떤 구성원이 될지 두렵고 걱정스럽다. ‘어른 자격증’ 제도라도 있어야 할 판이다.

육아시설과 학교의 종사자를 관리 감독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일손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용납될 수 없다. 쓸데없는 정부 사업은 마구 벌이면서도 소중한 인적자원인 청소년을 보호 육성하는 일에 소홀한 정부는 중대한 직무 유기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