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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교육의 희망’ 보여준 경산 무학高

입력 | 2005-04-06 21:02:00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달려야 하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무학고교가 졸업생 280명 전원을 4년제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소식을 음미해보게 된다. 대도시라면 흔하디흔한 학원이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 내신 성적은 중간정도인 ‘보통 학생’들만 받아 가르쳤는데, 이른바 명문대 서너 군데에만도 20명 가까이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르는 시대에 단지 진학률 100%에만 주목한다면 ‘무학고 기적’의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권오선 교장은 “대학진학률이 뭐 그리 중요한가” 라고 반문했다. “학생들이 공부에 의미와 재미를 느끼고, 그 결과로 원하는 대학에 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뒷말은 당연하지만 감동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이 신나게 공부하게 된 비결은 무엇보다 교사의 열정에 있었다. 교육계가 무겁게, 또는 부끄럽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무학고 교사들은 “제대로 교육받아야만 자신의 뜻을 펼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봉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면서 수준별 이동수업, 선택형 보충수업 등 ‘맞춤교육’에 헌신했다.

무학고 교육이 희망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당국자들이 대입제도를 수 십년 주물러도 해결 못한 ‘부실 공교육’의 문제를 시골학교가 풀어낸 것이다. ‘더 가르치려고 안달하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지금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어떤 평가도 받지 않는 학교교사들의 교과지도는 사교육에 뒤진 지 오래고 운동장 구석은 폭력의 온상으로, 학교식당은 식중독을 걱정해야 하는 비위생적 급식소로 전락할 지경이다.

그래도 공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투자매력 중 첫째가 인적 자원이다. 인재 육성은 학교만이 할 수 있다. 이제야말로 교사들이 변할 차례다. 교권수호라는 명분 아래 밥그릇 보전에만 매달리는 교사들만으로는 안 된다. 교육계 원로들이 스스로 종아리를 치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교사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하면 공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