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가입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전국의 심부름센터 등에 팔아온 개인정보 판매상과 통신사 직원, 국가 전산망에서 개인정보를 빼낸 현직 경찰관 등 1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 우병우·禹柄宇)는 개인정보를 심부름센터에 팔아온 혐의로 3일 개인정보 판매상 손모(44·전직 경찰관) 씨, 개인정보 판매조직의 주모자 이모(37) 씨, 이들로부터 개인정보를 산 H심부름센터 대표 김모(46) 씨, 이들에게 가입자의 정보를 판 KTF 모 대리점 주인 홍모(48) 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경찰 전산망을 통해 입수한 주민조회 내용을 전직 경찰관인 업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서울 S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장모(34) 경사와 가입자의 신상정보를 빼낸 통신사 직원 설모(32·여)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휴대전화 복제업자 이모(42) 씨를 수배했다.
검찰은 LG텔레콤, KTF, ㈜MPC(KT의 고객관리업체) 등 3개 사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3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줄줄 새는 가입자 정보=개인정보 판매조직 주모자 이 씨는 지난해 11월 6명과 함께 판매조직을 만들어 지난달까지 SK텔레콤 등 통신사 직원과 대리점 업주에게 돈을 주고 빼낸 개인정보 200여 건을 전국의 심부름센터 51곳에 건당 10만 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다.
이 씨는 위임장을 허위로 작성해 동사무소에 제출하고 6명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심부름센터에 넘겨주기도 했다는 것.
특히 이 씨는 통신사 직원 설 씨가 사채업자인 자신의 친구에게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한 점을 이용해 가입자 정보를 빼내게 하고 다시 이를 약점으로 잡아 수시로 개인정보를 빼내 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다른 개인정보 판매업자인 전직 경찰관 손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통신업체 직원 등에게 건당 10만 원을 주고 가입자의 정보 등 40여 건을 빼내 팔아온 혐의다.
▽불륜 현장 적발에 이용되는 개인정보=H심부름센터 대표 김 씨는 의뢰인으로부터 건당 20만∼30만 원을 받고 개인정보 판매상을 통해 가입자 정보를 빼내 의뢰자들에게 제공해 왔다.
김 씨는 특히 불륜 현장 적발 등을 의뢰받고 특정인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개인정보 판매상에게 건당 50만∼100만 원을 주고 특정인의 휴대전화 복제도 의뢰했다.
의뢰를 받은 복제전문가 이 씨는 복제 전화번호가 입력된 휴대전화 37개를 제작해 이들 판매상에게 넘겨줬다.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복제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동통신사들이 연인들의 상호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친구찾기’ 서비스를 통해 특정인의 불륜 현장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전산망의 개인정보도 유출돼=서울 S경찰서 장 경사는 경찰 전산망을 통해 주소 등 주민조회 내용을 평소 알고 지내던 전직 경찰관 손 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 경사는 손 씨가 “무역업을 하고 있는데 거래 고객의 정보를 알고 싶다”며 주민조회를 의뢰하자 대상자의 주소 등 2건의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개인정보 판매상들은 일정한 사무실도 없이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었다”며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돼 범행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고객 정보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