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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 독자인권회 좌담]연예인 사생활 보도

입력 | 2005-02-24 18:25:00

왼쪽부터 문혜진 위원, 이영모 위원장, 유의선 장용석 위원. 전영한 기자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한 보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고 독자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충족시켜야 하는가.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2일 오후 본사 회의실에서 제21차 정기 회의를 갖고 이 같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독자인권위원들은 연예인이 공인(公人)이라고 해서 사생활의 모든 영역을 무분별하게 보도해서는 안 되며, 특히 일부 인터넷 매체와 누리꾼(네티즌)들의 마구잡이식 사생활 정보 퍼가기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근 일부 언론이 연예인들의 사생활 영역을 과다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연예인들이 공인으로서 참고 견뎌야 할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의 ‘연예인 X파일 파문’입니다. 연예인의 사생활 보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이영모 위원장=‘연예인 X파일’에 관한 보도는 전반적으로 흥미 위주로 흘러 독자들을 자신들의 지면에 붙들어 두기 위한 상업적 성격이 엿보입니다. 연예인 125명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나 소문을 묶은 것이라고 하지만, 개별적으로 본다면 이런 사례는 이제껏 수없이 있어 왔지요. 더구나 경쟁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균형감각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보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기사화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점검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유의선 위원=연예인의 인격권과 독자의 알 권리, 두 가지 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연예인도 공인이니까 알 권리의 범주가 상당히 넓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통념적으로 정당한 관심 영역 안에서 건전하게 충족시켜야 할 것입니다. 사실에 기초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노출된 것이어야 하며, 소문에 불과한 것을 흥미 위주로 몰고 가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에 어긋난다면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크다고 봅니다. 연예인에 대해서는 가볍게 보고 희화화하는 경향마저 보이기도 하는데, 언론은 사회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는 사명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독자는 언론이 보도하는 방향으로 동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장용석 위원=유 교수님 말씀대로 연예인의 인격권과 독자의 알 권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음주운전 마약범죄 성범죄 등 자연발생적인 사건은 당연히 보도해야 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연예인들도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은 사안의 발생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그들이 그런 자세를 갖도록 분위기를 유도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혜진 위원=연예인은 이미지와 상품성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특성을 갖고 있지요. 따라서 연예인은 언론에 의해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다고 하지만 연예인의 이혼이나 가정폭력 등을 다룰 때 보면 가학적(加虐的)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연예인 X파일 파문’이 보여주었듯이 인터넷 매체가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 모음을 일부 인터넷 매체와 누리꾼들이 마구잡이로 확산시켜 연예인들의 명예를 치명적으로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만….

▽장용석=‘X파일 파문’은 사적(私的) 영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정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사이버범죄를 다루는 수사기구가 있지만 관련 법률의 미비와 기술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요건을 완화한다든가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인터넷 관련 사회병리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언론이 제시해 주었으면 합니다.

▽유의선=누리꾼들의 무책임한 감각적 행태를 보면서 정말 사적 영역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무책임한 상업성이나 사생활 정보를 마구 퍼나르는 누리꾼들의 분별없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경우는 안 된다’는 인식을 폭넓게 공유하도록 언론이 나침반을 세워주었으면 합니다.

▽문혜진=‘X파일 파문’ 당시 일부 언론의 비판과 우려 수준 역시 결과적으로는 그에 편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얼른 X파일을 구해서 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수준이었다고 판단되니까요. 사이버 세계의 특성상 법적 제재만으로 근원적인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사생활 정보에 대한 누리꾼들의 감수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여성 연예인에 대한 편견과 지나친 호기심이 나아가서는 여성 인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까지 지적되기도 합니다. 남성들의 취향에 영합한다는 비판이지요. 연예인 관련 사안의 바람직한 보도 자세에 대해….

▽이영모=취재과정에서 얻은 연예인 관련 정보를 보도 이외의 상업적 목적에 제공한 일부 기자의 직업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윤리강령이나 실천요강 등의 자체 기준이 있겠지만 공직자나 법조인, 의사 등과 같이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유의선=동감입니다. 직업윤리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대중에 영합하는 보도의 불가피성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있다면 반대로 잃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론적, 분석적 보도를 외면하고 사회현상의 표피적 전달에 그친다면 영향력 있는 독자가 떨어져나갈 것은 뻔하지요.

▽장용석=물론 언론도 흥미성 선정성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사정이 있으리라고 이해합니다. 차제에 ‘사이버테러’ 등 사회병리현상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나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정해 나가주면 좋겠습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이영모 위원장

(李永模·전 헌법재판관)

유의선 위원

(柳義善·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장용석 위원

(張容碩·변호사)

문혜진 위원

(文惠珍·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