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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뉴욕은 뉴욕인데…

입력 | 2005-01-09 18:17:00

계약금과 연봉 합쳐 127만5천달러에 1년 계약. 구대성이 뉴욕 메츠에 전격 입단했다. 왼쪽은 메츠의 로고.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구대성(36)이 뉴욕 양키스가 아닌 뉴욕 메츠에 전격 입단했다.

메츠 구단은 9일 “구대성과 1년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이전트가 밝힌 조건은 계약금과 연봉 합쳐 127만5000달러(약 13억3000만 원). 올해 성적이 좋아 내년 시즌 구단에서 옵션을 갖고 계약 연장할 경우엔 연봉이 200만 달러가 된다.

이날 계약서에 사인하는 자리에 메츠에선 구단주 아들인 제프 윌폰과 오마 미나야 단장이 참석했으며 구대성은 아내 권현정 씨(35), 에이전트인 더글러스 조(한국명 조동윤) 씨와 함께 참석했다.

구대성은 “오늘(미국 시간 1월 8일)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인데 아내에게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돼 흥분된다”며 “당초 가기로 했던 양키스가 아니지만 메츠도 가고 싶은 팀이었다. 양키스에 대한 미련이나 섭섭한 감정은 없다”고 털어놨다. 미나야 단장은 “구대성은 선발과 불펜 투수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로써 구대성은 1994년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10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고 이상훈(은퇴)에 이어 2번째로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야구를 섭렵하게 됐다.

또 한 명의 한국인 투수 서재응이 있는 메츠는 1962년 창단돼 두 차례(1969, 89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팀. 셰이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고 양키스가 화이트칼라 팬들이 많은 데 반해 메츠는 블루칼라 팬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다.

지난해 71승91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조 4위로 부진했던 메츠는 스토브리그에서 보스턴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영입하는 등 의욕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구대성은 메츠에서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중간계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대성은 11일 메츠의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 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한 뒤 나흘 동안 미니 캠프를 갖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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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대성은 왜 양키스와 깨졌고 어떻게 갑자기 메츠에 입단하게 됐을까.

구대성과 양키스의 합의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지난해 12월 9일. 당시 에이전트인 더글러스 조 씨는 “양키스와 원칙적으로 입단 합의했고 조만간 공식발표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우리가 제시한 한 가지 조건 때문에 발표가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후 차일피일 발표가 연기됐고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확인을 요구하는 미국 기자들에게 “협상이 진행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사이 구대성은 비밀리에 귀국해 의혹을 증폭시켜 왔다.

에이전트 조 씨는 9일 전화통화에서 “이달 초에 양키스 측에서 시간을 갖고 더 기다려 달라고 해 ‘우리 사정도 있는데 그럴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메츠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메츠는 전부터도 관심을 보여 왔지만 정확히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키스와 결렬된 이유가 뭐냐”고 묻자 “25인 메이저리그 엔트리 보장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발 랜디 존슨, 불펜 마이크 스탠턴 등 좌완을 크게 보강한 양키스는 확실하게 검증이 안 된 구대성에게 주전 자리를 보장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가 성급했든, 아니면 양키스가 변심했든 이번 구대성 미국 진출 문제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보는 시각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