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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찍어 달러 산다”]물가상승 부작용 우려

입력 | 2004-11-22 18:27:00



환율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수단이다. 돈을 찍어 달러를 사겠다는 것은 ‘말’로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는 구두(口頭) 개입 수준에서 벗어나 ‘외환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돈을 찍어 달러를 산다=발권력은 시중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돈을 찍어 내는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달러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돈을 찍어 내겠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이론적으로는 무제한이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 한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원화를 마구 찍어내면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긴다.

이 때문에 한은은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해 적정 수준 이상의 시중 돈을 흡수한다. 실질적으로는 통안증권 발행 가능액이 발권력의 한도인 셈이다.

통안증권 발행한도는 총통화량(M2)의 50%로 제한돼 있다. 9월 말 현재 총통화량이 94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발행한도는 470조원이다.

19일 현재 통안증권 발행 잔액은 133조1000억원. 이론적으로는 약 327조원의 여유가 있다.

발권력 동원이 조폐공사에서 그만큼 새 지폐를 찍어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과 은행의 계좌로 돈이 수치상으로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모든 시중은행은 한은에 계좌를 갖고 있는데 달러 매입 대금만큼 수치로 입금 처리한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그동안 시장에 개입할 때마다 ‘돈을 찍어’ 달러화를 샀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다만 지금까지는 ‘발권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한은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며 “발권력 동원은 이제부터 공개적인 개입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사례=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 사례가 많은 일본의 경우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처럼 외환시장 개입용 기금을 통해 달러를 사들인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지 않고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초에만 월간 최대 20조엔(약 2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엔화가치 안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외환안정기금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사례는 많지 않지만 1995년 8회, 1998년과 2000년에 1회씩 외환안정기금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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