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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고난의 수행’ 한 달, 그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입력 | 2004-11-17 19:06:00

강원 오대산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에서 삭발하고 있는 신현임씨. 그는 “출가학교에서 한달간 얻은 깨달음이 평생 배운 것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MBC


한아엔지니어링 부회장을 지낸 70세의 송광섭씨, 여대생 윤지은씨(23), 광고 카피라이터 이민우씨(36), 대학생인 딸 두 명을 둔 중년 여성 신현임씨(48).

이들을 비롯한 52명이 9월 13일 강원 오대산 월정사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조계종에서 처음 마련한 한 달간 단기출가학교의 참가자들.

MBC가 21, 28일 오후 10시35분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MBC스페셜-출가’(연출 윤영관·밤 10:35)는 이들의 수행 과정을 촘촘히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비록 한 달 간이지만 출가학교에서 행자(行者·스님이 되기 위해 예비 과정을 거치는 이)로 불리며 마음을 비운다.

이 다큐멘터리는 특히 내레이션 없이 인터뷰와 상황을 담은 장면만으로 진행된다. 제작진의 시각을 걸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위한 방식이라고 윤 PD는 말했다.

52명의 행자들은 서로 다른 출가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11년 전 남편과 사별한 신씨는 “쉰을 앞두고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윤씨와 이씨는 진짜 출가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하기 위해, 최고령자인 송씨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답을 얻고자 ‘출가’했다.

이들은 각오를 갖고 나섰지만 오전 3시반에 일어나 예불-참선-발우공양-운력(공동 노동)-요가-소림무술-경전공부 등 쉴 틈 없는 일과에 서서히 지쳐갔다. 3명은 짐을 싸서 산사에서 내려갔다. 중학생 문경원군(14)은 간식 금지 계율을 어기고 절 밖에서 자장면을 몰래 사먹었다가 108배 참회를 해야 했다.

마지막 고비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우는 용맹정진에 이은 3000배. 그러나 49명의 행자들은 이 고행의 과정을 무리 없이 마쳤다.

참가자들이 터득한 출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신씨는 행자들이 입었던 옷을 빨래하고 다림질하는 일을 자원해 월정사에 사흘 더 머물렀다. 진정한 출가는 스님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운 진리를 몸소 실천한다는 뜻일까.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