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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11월 개봉(예정)작… 秋心에 즐기는 영화성찬

입력 | 2004-11-10 16:19:00


11월 극장가의 차림표는 화려하다. 블록버스터가 빠진 대신 멜로, 코미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화제작과 거장의 문제작도 있다.

● 가을은 멜로의 계절

계절적 특성을 겨냥한 것인지 멜로 또는 로맨틱 코미디가 많다.

5일 개봉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알츠하이머병을 소재로 한 최루성 멜로. 선 굵은 남성적 이미지를 자랑하는 정우성과 ‘클래식’에서 눈물 연기를 선보인 손예진이 부부로 출연한다. 다소 겉도는 음악과 지루한 초반을 넘기면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의 사랑을 지키려는 남성의 순애보가 관객의 손수건을 적시게 만든다.

‘노트북’(26일 개봉)은 알츠하이머병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란 점에서 ‘…지우개’와 비교된다. 노아는 양로원에서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앨리에게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일기장을 반복해 읽어준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전쟁과 부모의 반대 등 두 연인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와 이를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존 큐’의 닉 카사베츠 감독이 연출을,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주연을 맡았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5일 개봉)은 ‘데어 데블’의 여전사였던 제니퍼 가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13세 소녀에서 하룻밤 사이에 30세 커리어 우먼으로 변한 제니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12일 개봉)에는 ‘연기파’ 줄리안 무어와 ‘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등장한다. 소송 때마다 대결하는 두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일과 사랑이 테마다. 중년 남녀의 사랑에 대한 미묘한 심리가 두 배우를 통해 섬세하게 묘사된다.

‘하나와 앨리스’(17일 개봉)는 ‘러브 레터’로 유명한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의 작품. 데뷔 이후 줄곧 10대의 성장을 주제로 담아온 그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소녀와 한 소년의 연애담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10대의 성장영화다.

● 3편의 한국영화

17일 개봉하는 ‘여선생 vs 여제자’는 ‘재밌는 영화’ ‘선생 김봉두’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젊고 매력적인 미술교사 상춘(이지훈)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접목시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섹시한 ‘구로동 샤론 스톤’이었던 염정아의 푼수 여교사로의 변신이 놀랍다.

26일 나란히 개봉하는 ‘귀여워’는 한 여자와 네 남자가 벌이는 코믹에로 판타지이며, ‘DMZ, 비무장지대’는 이규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79년 10·26사태 이후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을 담아냈다.

● 이색적인 영화들

‘나비효과’와 ‘화이트 칙스’는 아이디어와 특수효과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나비효과’(17일 개봉)는 인간 기억에 대한 시간 여행과 재구성의 문제를 다뤘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강렬하면서도 섬뜩하게 전달한다. 현란한 화면, 수준급 스릴러의 긴장감, 충격적인 반전 등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화이트 칙스’(17일 개봉)는 ‘무서운 영화’로 유명한 ‘웨이언스’ 3형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엽기 코미디. 사고뭉치인 두 흑인 FBI 요원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리자 백인 여성으로 변신한 채 납치 경고를 받은 윌슨가의 자매를 경호한다. 숀과 말론 웨이언스, 두 형제는 백인 여성으로 변신하기 위해 매일 길게는 12시간씩 특수분장을 했다.

우작(Uzak) ● 걸작 또는 화제작

5일 개봉된 ‘우작(Uzak)’은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및 남우주연상 수상작. 1982년 같은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욜’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정식 개봉되는 터키 영화다. 우작은 터키어로 ‘아득히 먼’이라는 의미다. 극중 사진작가인 마흐무트(무자파 오즈데밀)와 그의 고향에서 온 사촌 유스프(마흐무트 에민 토팍)를 통해 실업과 가정의 해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현대인의 외로움을 담았다. 주연을 맡은 오즈데밀과 이 작품의 칸 경쟁부문 진출이 확정된 다음 날 교통사고로 죽은 토팍이 공동으로 주연상을 받았다.

12일 개봉되는 ‘미치고 싶을 때’는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동족인 터키 남자와 계약결혼하는 여성 시벨을 통해 독일 내 이민족의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 포르노 배우 출신인 시벨 케킬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같은 날 나란히 개봉되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영원과 하루’ ‘슈퍼 사이즈 미’ ‘쉘 위 댄스?’는 거장의 숨결이 느껴지거나 화제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중앙역’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연출했다. 영원한 혁명가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죽은 체 게바라의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다.

‘영원과 하루’는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며,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록 감독이 패스트푸드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체 시험’을 화면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쉘 위 댄스?’는 1996년 일본 아카데미 13개 부문을 휩쓴 동명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 수잔 서랜든이 출연했다.

26일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신 암행어사’는 윤인완, 양경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원작의 상상력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이 결합된 작품이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