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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 충청권 르포]“忠淸경제 살릴 대안 내놔야”

입력 | 2004-10-22 18:21:00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예정지였던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22일 연기군 남면사무소 직원들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찬성 또는 반대하며 주민들이 곳곳에 내걸었던 현수막들을 걷어내고 있다.-연기=박주일기자


“행정수도 대신 작은 규모의 행정기관이라도 오든지, 신도시를 조성하든지. 정부가 빨리 청사진을 내놔야지요.”(충남 연기군 주민 임태순씨)

“언제 우리가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 달라고 했나요. 자기네들(정치인들)이 나서서 수도를 옮긴다며 지역을 흔들더니….”(연기군 남면 나성리 이장 임재긍씨)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난 뒤 하루가 지난 22일.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연기군과 공주시 주민들은 “정부가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루가 멀게 부동산중개업소가 생겨나던 연기군 남면 종촌리. 중개업소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북적이던 다방은 텅 비었다.

▽수도 이전 대안 찾아야=대전, 충남북 등 3개 시도지사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갖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큰 기대를 했던 500만 시도민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충청권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수도 이전 대신 행정타운을 조성하거나 기업도시를 유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김주일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공공기관 이전, 대학 설립, 대기업 본사 및 금융기관 이전 등 주민의 마음을 달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정부 부처 중 일부를 연기-공주로 옮기고 충청권에 기업도시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충청권에 공장 등을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경제 충격 줄여야=남면 주민인 임영달씨는 “국가가 국민을 우롱했다”며 “주변에서 지금이 무정부 상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심리적 허탈감 못지않게 직접 피해를 보게 된 주민도 많았다.

남면사무소 임재덕 총무계장은 “토지가 수용될 것에 대비해 대출을 받아 부여군 등 인근 지역에 농지나 축사를 구입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남면농협은 대출금 규모가 작년 말 400억원에서 최근 500억원 선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금남면 민경태 면장은 “오른 땅값을 기준으로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은데, 땅값은 떨어지고 빚만 늘게 됐다”고 전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는 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땅값이 폭등했던 곳. 이제는 땅값 하락과 거래 실종의 우려만 나온다. 최근 오송리의 땅을 샀다는 주민 정모씨는 “계약금은 포기하더라도 잔금은 돌려받아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거래가 많았던 부여군, 서천군, 보령시 등에서는 계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LBA부동산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충청권 경제의 충격을 줄이려면 지역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부동산 규제를 빨리 풀어 거래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청원=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